'코인 먹튀' 하루인베스트 첫 재판…피해자 "삶 엉망돼"
'코인 먹튀' 하루인베스트 첫 재판…피해자 "삶 엉망돼"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4.03.1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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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경법상 사기, 업무상 횡령 등 혐의
허위 홍보 했으나 돌연 입출금 중단

경영진 측 "공소사실 기본적으로 부인"

피해자 1만6000명·피해액 1조4000억

피해자들 "전재산 묶여…삶이 엉망진창"



고객들을 속여 1조4000억원대 코인을 받아낸 뒤 입출금을 돌연 중단해 러그풀(먹튀) 논란에 휩싸인 가상자산(가상화폐) 예치 서비스업체 하루인베스트 대표 등 경영진이 첫 공판기일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법정을 가득 채운 피해자들은 "삶이 엉망진창이 됐다. 우리는 하루하루가 절박하다"고 호소했다.



서울남부지법 제15형사부(부장판사 양환승)은 19일 오후 3시20분께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형법상 사기 등 혐의를 받는 하루인베스트 공동대표 A(44)씨와 B(40)씨, 사업총괄대표 C(40)씨, 최고운영책임자(COO) D(38)씨 등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A씨 등의 변호인은 "아직 증거기록을 다 열람하지 못해 자세한 의견은 추후 밝히겠다"면서도 "기본적으로는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변호인의 발언에 배상 신청인들로 가득 찬 법정이 술렁이기도 했다.



발언에 나선 피해자 측 대표 유모씨는 "재판 진행 절차, 공소사실에 대한 인부 등을 말해주셨는데 우리는 오늘 하루를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며 "전재산이 묶여 있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건지 9개월 동안 전혀 모르고 있다"고 했다.



유씨는 "유명을 달리한 분도, 이혼한 분도 계신다. 삶이 엉망진창이 됐다"며 "변제 계획이라도 알고 싶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절박하게 살고 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호소했다.



이들은 공판이 끝난 뒤에도 법정을 떠나지 못하고 재판부를 향해 "피해자들의 얘기를 들어달라"고 외치기도 했다.



하루인베스트는 투자자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테더 등을 '업체'에 예치하면 이자를 받는 서비스인 씨파이(Cefi, 중앙화 금융 서비스) 업체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하루인베스트를 운영하면서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투자자들로부터 예치받은 코인의 대부분을 특정 개인에게 투자, 일명 '몰빵'하면서도 '무위험 분산 투자기법으로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허위 광고하는 방식으로 투자자 1만6000여명으로부터 약 1조4000억원 상당의 코인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D씨에겐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회사 자금 3억6843만원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도 제기됐다.



검찰은 하루인베스트가 '코인을 맡겨두면 은행처럼 최대 연 16% 수익을 지급하고 원금도 보장한다'고 금융기업 행세를 한 뒤 무위험 차익거래와 분산 투자 등을 내세워 국내외 1만6347명(국내 5034명·해외 국적 1만1313명)의 고객으로부터 코인을 유치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2019년부터 자본잠식이 시작되고 결국 완전자본잠식을 이유로 정부출연기관의 지연대상에서 탈락하고, 법인카드 신청이 거절되는 등 재무상태가 매우 열악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인베스트는 고객들을 상대로 '고객의 투자자산은 회사의 영업자산과 완전히 분리해 관리된다'고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고객들의 코인과 회사 코인을 구분 없이 1개의 콜드월렛(USB 등 하드웨어 형태의 코인지갑)에 보관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앞서 투자자 100여명은 지난해 6월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와 함께 두 회사 경영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하루인베스트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뒤, 지난 2월6일 A씨 등의 신병을 확보해 지난달 22일 이들을 재판에 넘긴 바 있다.



이들에 대한 다음 재판은 내달 19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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