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我도 없고 神도 없는 길
自我도 없고 神도 없는 길
  •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4.03.1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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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신(神)을 믿는 사람들에게 신은 절대적이다. 신은 인간을 포함한 세계를 창조했다. 신이 세계를 창조했다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스스로 존재할 수 없다. 곧 모든 것들은 자신의 존재를 신에게 빚지고 있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있는 걸 자존(自存)적 존재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걸 신이 창조했다는 건 세상의 어떤 것도 자존적일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세상을 신이 창조했다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신에 의존(依存)적이며 자존적일 수 없다.

세상이 신의 피조물에 불과한 것이라면 `내'(自我)가 설 자리는 없다. 곧 신은 자아를 창조하지 않는다. 나는 무엇인가? 다른 개체나 신으로부터 독립적인, 스스로 있는 존재, 곧 자존적 존재를 자아라고 한다. 자아는 스스로의 존재성을 다른 어떤 것에도 빚지지 않는다. 그래서 신은 절대로 자아를 창조하지 않는다. 신은 절대적으로 유일한 자존적 존재이다. 신 이외에 다른 자존적 존재가 있다고 믿는다는 건 절대적으로 유일한 신을 부정한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신은 결코 자존적 존재로서의 자아를 창조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나를 인정하고 산다. 세상도 나의 존재를 인정한다. 기독교에서도 신이 창조하지 않은 자아의 출현을 사실로 인정한다. 신은 인간을 창조하고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고 한다. 그걸 따먹으면 신처럼 눈이 밝아진다. 곧 자존적 존재의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인간은 자신이 신처럼 되고 싶어서, 곧 자존적 존재가 되고 싶어서 선악과를 따먹고, 그래서 선악 분별을 하는 자, 곧 스스로의 주인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내세우며 신을 버리고, 그래서 신은 인간을 자신의 울타리(에덴동산)에서 쫓아낸다. 신이 창조하지 않았는데 신의 뜻을 위배한 대가로 출현한 게 `나(자아)'이다.

`나'는 죄의 산물이다. 따라서 나를 세우면 벌을 받게 되어 있다. 출산의 고통, 생존을 위한 고역, 생존에 위협이 되는 타자와의 싸움 등은 다 나를 세움으로써 받는 벌들이다. 나를 세우는 사람은 신의 뜻을 거스르게 되어 있어서 고통스럽고 힘들게 살아야 한다. 그래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나를 버려 타락 이전의 피조물의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 행복한 삶을 누리려면 나를 죽여야 한다. 곧 내 뜻대로가 아니라 신의 뜻대로 살면 행복해지게 되어 있다. 자신의 목숨까지도 신의 뜻에 따라 내놓고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예수가 행복을 되찾은 가장 모범적인 사례이다.

세상에 자존적인 존재가 아예 없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첫째, 내(자아)가 없어진다. 자동적으로 죄가 없어진다. 죄의 결과로 자아가 출현하고 그 벌로 힘들고 어렵게 사는데 자아가 없다면 죄를 안 지은 것이 된다. 둘째, 신이 없어진다. 곧 자존적 존재가 없다고 한다는 건 유일한 자존적 존재인 신이 없다고 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인간이 죄를 지은 건 신의 명령을 어겼기 때문이다. 곧 신에 의존적인 존재가 신으로부터 독립된 자존적 존재가 되려고 사고를 쳤기 때문에 죄인이 된 것이다. 인간이 죄인이 된 건 세상의 존재 근거가 신에 있기 때문이다. 곧 피조물인데 피조물의 지위를 벗어나서 문제가 된 것이다.

나도 없고, 신도 없다면? 일단 세상이 창조되지 않는다. 그럼 피조물도 없으며, 신의 피조물로서 살아가는 이상적인 낙원도 없게 된다. 다시 말해 죄인이 돌아갈 행복한 낙원도 없게 된다. 자존적 존재가 없다면 신이 없어지고, 신이 없으면 창조되지 않으니 돌아갈 낙원도 없고, 거기서 쫓겨나게 하는 죄(나)도 짓지 않는다.

세상이 창조되지 않았다고? 그럼에도 세상은 있잖아? 세상이 있다고? 그걸 어떻게 알아? 세상을 있다고 말할 방도는 없다. 모든 게 다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하냐고? 나는 없다고 한 게 아니라 세상이나 내가 있다고 하는 확신에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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