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대안 없는 '강대강' 대치 한달…"환자는 울고 싶다"
대화·대안 없는 '강대강' 대치 한달…"환자는 울고 싶다"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4.03.17 15: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내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추진…의사단체 '반대'
전공의, 의대정원 반대해 집단 사직…의협은 총궐기 대회

정부 "변호사도 회계사도 정원 문제로 협상한 사례 없어"



지난달 19일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무더기로 사직서를 제출한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날 빅5 병원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을 중심으로 시작된 전공의 집단 사직은 전국으로 확산하며 의료 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졌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 사직은 정부가 2006년 이후 18년 만에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면서 발생했다. 지난달 6일 정부는 10년간 1만50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보고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증원하기로 했다. 의대 정원은 3058명에서 5058명으로 늘어난다.



의사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밝힌 다음 날인 지난달 7일 비상대책위원회체제로 전환하고 투쟁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틀 뒤 의협 대의원회는 비대위원장으로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을 선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12일 온라인 임시총회를 열고 집단행동 여부를 포함한 대응방안을 의논했다. 이들은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전환을 결정했다.



이후에도 정부와 의사단체는 서로 뜻을 굽히지 않았고, 상황은 강대강 대결로 흘러갔다. 지난달 15일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결과 20일 이후로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의사들의 단체행동 움직임에 거듭 경고를 보냈다. 불법적인 집단행동은 의료법과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를 시작으로 빅5 전공의들이 사직서 제출에 나섰다. 전공의 사직은 전국으로 번졌고, 이달 14일 기준 오전 11시 기준 전공의 1만 2910명 중 92.9%인 1만 1999명이 계약을 포기했거나 근무지를 이탈했다.



정부는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병원에 출근한 전공의들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지만, 복귀한 전공의는 소수에 그쳤다.



지난 3일에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단체의 총궐기대회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의대 증원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강행하는 정부에 날을 세웠다.



전공의 현장 이탈은 의대생과 의대 교수들의 움직임도 촉발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해 유효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이 8개교, 771명으로 집겠다. 또 서울대 의대를 포함해서 대학 20곳 교수들은 오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도 물러서지 않았다. 의료계 집단 행동 시 즉각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리고 따르지 않으면 징계 등의 강경 대응을 예고 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큰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근무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5556명에게 의사 면허 정지 사전 통지서가 발송했다.



의협과 전·현직 관계자들을 대상으로는 경찰 수사도 이뤄지고 있다. 김택우 비대위원장 등은 전·현직 간부 5명이 전공의 집단사직을 조장해 업무방해를 교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의사 총궐기대회 이틀 전인 지난 1일에는 의협과 이들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기도 했다.



양 측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김택우 비대위원장은 지난 16일 세 번째 경찰 소환조사에 앞서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움직임에 대해 "교수님들도 전공의들과 뜻이 같을 것"이라며 "교수 집단사직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정부가 전향적이고 유연한 자세로 정책을 결정하고 논의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정부가 정원 문제를 두고 특정 직역과 협상하는 사례는 없다. 변호사도, 회계사도, 약사도, 간호사도 마찬가지"라며 "협상하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식의 제안에는 더더욱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 사이 피해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돌아갔다.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수술이 취소되거나 진료가 연기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환자단체들은 전공의들을 향해 '병원으로 돌아와달라'고 호소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