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음을 모아 진심으로 축하하지만 `웃을 수 없어요'
온 마음을 모아 진심으로 축하하지만 `웃을 수 없어요'
  •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 승인 2024.03.14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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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談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봄이 오려는 것을 방해하려는 듯 차가운 바람이 으스스 몸을 움츠리게 하더니 시간의 흐름은 진리와 같아 따뜻한 기운이 찾아오는 것도 마땅한 이치다. 뿌연 하늘이 새봄의 화사함을 가로막고 있지만 이제 곧 꽃이 피고 바람이 불면 어느 날은 파란 하늘이 희망을 보여주기도 할 것이다.

며칠 전 함께 일하는 과장이 다소 무거운 목소리로 직원 신변의 변화가 있다고 한다. 무슨 일인가 싶어 잔뜩 긴장되고 걱정이 앞섰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다급하게 묻자, “00 대리가 임신했다네요. 늦둥이 셋째요.” 축하할 일이라며 활짝 웃어 과장의 마음을 달래려 애썼지만, 임상심리사인 `00대리' 대체인력 채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게 여겨졌기에 필자의 마음 한쪽도 `아이코~ 어쩌나' 뒤숭숭해지긴 마찬가지였다. 필자의 웃음과 위로에도 과장의 마음은 달래지지 않아 육아휴직 동안 상담업무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 난감해했다. 특히 올해 신규 사업량이 증가하여 과장 담당 업무도 대폭 많아졌는데 업무 특성상 팀원들이 대신할 수 있는 업무도 아니었기에 걱정이 앞서는 것 또한 당연했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다는 것은 너무나 축복받아야 하는 일이고 반가운 소식임이 틀림없다. 더군다나 합계출산율 0.7명이 무너지는 초비상 시국에서 이는 국가적으로도 기쁜 소식이며 누군가는 `애국자'라고 표하기도 한다. 귀한 아기를 건강하게 낳고 키우기 위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보장은 물론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따라야 하는 것도 마땅하다.

그러나 마주하는 현실에서는 마냥 웃을 수가 없다. 누군가는 15개월 동안 그 업무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대체인력을 채용하면 되는 일 아니냐고 쉽게 말하겠지만 대체인력 채용이 말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사회복지 업무 역량과 사업의 질은 사람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이다 보니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을 모르지 않는 `00대리'는 임신 소식을 너무나 미안해하며 전하더란다. 눈치 주는 사람이 없어도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몸에 배어 있는 그녀는 자신의 빈자리를 대신해 과장과 팀원들이 고생할 것을 알고 있기에 행복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본 센터는 1명의 남성 근로자를 제외하고 40여 명의 상근 근로자가 여성이다. 지금까지 육아휴직자가 해마다 최소 한두 명이고 많게는 서너 명 이상이다. 대체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때로는 공석으로 몇 달 이상 혹은 휴직 기간 내내 채용하지 못할 때도 많았다. 실무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직원이 없어도 맡겨진 업무는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업무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힘들고 지칠 텐데도 묵묵히 감당해 주는 직원들에게 그저 고맙고 미안하기만 할 뿐이다. 어떤 정책이 실효성 있게 정착하고 확대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할 때가 있다. `육아휴직'이 바로 그렇다. 본인이 없어도 다른 팀원들이 고생하지 않고 담당 업무가 다른 인력에 의해 수행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 양육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 현장의 여성 근로자는 70% 이상으로 알고 있다. 물론 복지기관만의 어려움은 아니지만 비슷한 고충을 경험하는 기관이 많다는 의미다. 사회복지 기관에 육아휴직 대체인력 파견이 지원된다면 어떨까! 충북사회복지사협회와 충북사회복지협의회장의 이·취임식 소식을 들으며 현장의 큰 과제 중 하나인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힘 모아주기를 기대한다. 맘 편히 축하하고, 맘 편히 휴직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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