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의 용단
군수의 용단
  • 박병모 기자
  • 승인 2007.10.3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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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 병 모 부장(진천·증평)

사실상 포기상태나 다름없었던 증평특구조성사업이 다시 추진된다.

'증평 도·농교류 교육문화체험특구'사업은 증평군이 농촌공사의 민간자본 등 1600억원을 투입해 도안면 연촌리 일대 304만에 골프장과 농산물직거래시설, 청소년교육시설 등을 설치하는 대단위 프로젝트다.

유명호 증평군수의 공약사업 중에서도 사업비 면에서나 효과 면에서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비중이 큰 만큼 증평군은 이 사업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고 그만큼 공도 많이 들여왔다.

그런데 이 사업은 긴 이름만큼이나 오랫동안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지난 2005년 7월쯤 증평군과 농촌공사가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한 차례 특구지정서류가 반려되는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후 진행된 사업계획 보완작업 과정에서 양측의 신경전은 대단했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진입도로를 개설한 군은 "우린 할 만큼 했으니 이젠 공사 차례다"면서 지지부진한 토지매수의 촉진을 주문했고, 사업의 계속추진 여부를 확증할 수 있는 이사회 결의를 요구하기도 했다.

여기에 군은 사업계획서를 다시 제출하기 전에 토지매수를 3분의 2까지 끝내라면서 압박의 강도를 높여갔고, 공사는 사업성 악화가 예상되자 "법에도 없는 조건을 내세우는 것은 특구사업을 하지말자는 얘기 아니냐"면서 맞받아쳤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모색에 나선 군이 제2의 민간업체와 접촉한다는 사실이 공사측에 알려지면서 양측의 감정은 극도로 이반됐고, 급기야 포기성 공문이 오가는 극한 상황까지 치달았다.

결국 증평군의회가 임시회를 열고 특구사업의 전반에 걸쳐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유명호 군수와 농촌공사 실무진이 최근 접촉을 가진 뒤로 파국을 맞을 뻔했던 사업이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군은 공사가 개발계획을 재조정하고 토지매수와 관련된 로드맵을 제시할 경우 특구지정 신청서류를 중앙부처에 재차 제출키로 결정했고, 공사측은 현재 전반적인 서류보완 작업을 추진 중이다.

2년 넘게 진전을 보지 못했던 사업이 드디어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사업을 재추진하게 된 데는 군수의 용단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든 사업이 다 그렇지만, 증평특구사업의 추진여부도 전적으로 자치단체장의 용단에 의해서 좌우된다.

유 군수는, '이유야 어찌됐든 군과 공사의 반목은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게 뻔하고 일이 잘못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이 떠안게 되는 것'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했을 것이다.

그동안 유 군수의 행정스타일을 지켜보면서 '일에 대한 열정과 추진력을 인정받던 그가 특구사업에서만큼은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 이유가 궁금하다'는 생각을 품어왔다.

하지만 공사측 실무자들과 직접 대면한 자리에서 "쌓였던 갈등구조를 일소하고 '되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자"고 용단을 내렸다니, 그의 결단성은 역시 그대로였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서 군과 공사에 꼭 주문하고 싶은 게 있다. 사업이 재추진 된 마당에 그동안 오간 반목과 갈등을 들춰내 잘잘못을 가리는 일은 현명치 못하다는 점이다.

공은 다시 농촌공사로 넘겨졌다.

공사가 이 사업에 대한 추진의사가 확고하다면 그 의지를 사업계획서에 반드시 담아내야 한다. 그리고 증평군과 공사 실무자들은 군수의 용단에 걸맞은 관계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묵은 감정을 하루빨리 털어내고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는 얘기다.

1600억원이란 적지 않은 민간자본을 포기하느냐, 유치하느냐의 책임과 권한은 어느 일방에 있지 않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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