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삼년산성을 거닐다
보은 삼년산성을 거닐다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4.03.1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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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보은(報恩). 청주의 남쪽에 접하면서 괴산, 대전, 경북 상주와 맞닿아 있는 지역이며 실제 지명의 어원이 `은혜를 갚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조선 세조가 행차할 때 가지를 들어올린 소나무에 벼슬을 제수한 것이 정이품송이고 법주사와 속리산 일원에서 머무를 때 왕의 병이 치유되었다고 하여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한다는 의미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보은은 필자의 외가가 있는데, 외탁을 많이 하였다는 이야기를 듣는터라 제게는 애정이 남다른 곳입니다. 외가는 산외면 대원리. 보은에서도 동북쪽 끝에 있는 산골마을인데 여기는 상주 화북과 경계지역이도 합니다. 기운이 영험하다는 신선봉, 금단산, 덕가산에 둘러싸인 이 마을에서도 가장 윗집이라 유년에 외가로 놀러가면 깨끗한 산골짜기 물에 멱을 감고 머루를 따먹고 뛰어 놀았습니다.

외가의 대원리에서 바로 37번 국도로 고개를 넘으면 괴산 청천과도 접한 상주 화북면의 운흥리와 중벌리인데 여기를 용화라 하여 이 일대로부터 동쪽으로 청화산 자락에 이르는 지역이 조선 중기의 유학자인 남사고의 도참(미래의 길흉을 예언하는 것)과 정감록,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공통하여 길지 또는 복지로 꼽히는 십승지(十勝地)인 곳입니다. 상주시에서 추진한 문장대온천 개발부지인 용화 일대는 과거 지역갈등의 요소였고 장차 잠재된 갈등의 씨앗이기도 하지만, 돌과 불의 기운이 가득해 석화성(石火星)으로도 불리는 속리산(묘봉, 문장대 등)의 특징이 잘 나타납니다.

필자의 든든한 필마(匹馬)로 청주 남부의 시작인 남일에서부터 미원을 거쳐 괴산 청천 방향으로 가면 용화를 거쳐 산외로 하여 속리산 입구인 말티재를 지날 수 있습니다. 운전과 봄맞이의 묘미를 위해서는 말티재를 꼭 지나야 하지만, 계절에 따른 위험과 악명 높은 굴곡을 해소하고자 동학터널을 뚫어 속리산에서 보은읍으로 바로 가는 길이 열리고는 매우 편리해졌습니다. 보은읍내에 다 들어와 보은군청을 마주하고 삼년산성 입구에 이릅니다.

삼년산성(三年山城)은 일찍이 1970년대 사적으로 지정되었고 400년대 후반 신라에서 고구려로 북진하고 백제 후방을 견제하고자 전진기지로 만들어진 석축 산성입니다. 말 그대로 화강암을 3년이나 쌓아 올렸다고 합니다. 둘레가 2㎞가 되지 않고 경사가 심하지 않아 성곽길을 산책 삼아 거닐기 매우 좋습니다. 청주에서는 상당산성이 워낙 대표적인 유적이라 시민이라면 누구나 자주 가보았을 곳이지만, 삼년산성은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임에도 의외로 잘 모르는 곳입니다. 시계가 좋다면 어느 때도 좋지만 봄에는 푸르른 대로, 가을에는 억새와 바람이 좋은 대로 어수선한 마음을 다스리고 멍하기 좋습니다.

역사적으로 삼국시대에 각국의 경계에 있던 우리지역의 사람들은 생존하기 위해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나쁘게 말하면 이를 두고 속이 의뭉스럽다거나 일의 진행이 더디다고 말합니다. 삼년산성에서라면 상당산성보다 더 확 트인 산세와 들판을 볼 수 있어 소극적으로는 한적하여 멍 때리며 힐링하기 좋고 적극적으로는 호연지기를 다시 다잡을 수 있습니다.

참, 필자가 보은과의 인연이 또 있습니다. 속리산면과 산외면의 마을변호사인데 요즘은 문의가 거의 없어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때 법무부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정부사업이었는데, 기초자치단체의 협력이 미진하고 해당 주민들에게 홍보가 덜 된 것 같습니다. 은혜로운 땅이 좋아 필마로 자주 돌아보고 싶은 보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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