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컴컴한 청주시 “이유 있었네”
밤이 컴컴한 청주시 “이유 있었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4.03.07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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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구 가로·보안등 6만1607개 중 43.3% 노후화
시민 온라인 투표 … `LED가로등 교체' 1순위 불구
예산 전년比 9.7% 감액 … 신속교체 타지역과 대조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밤에 혼자다니기 무서워요. 골목길이 밝아지면 좋겠죠.”

청주에서 대학을 다니며 우암동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경기 부천출신 A씨(23·여)는 “부천과 비교해 청주 밤 거리가 너무 어둡다”고 했다.

복대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옆 하천변 길은 밝은 LED 가로등이지만 가경천 건너편은 어두운 주황색 가로등이다.

하천을 사이에 두고 밝기에 확연한 차이가 관측된다. 어두운 곳 주민들은 당연히 불만일 수 밖에 없다.

여론조사에도 가로등에 대한 불만은 고스란히 묻어난다.

청주시가 지난 2022년 예산편성 과정에서 시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시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 59명의 사업평가와 시민 2545명의 온라인 투표를 합산한 결과 LED가로등 교체가 1순위로 뽑혔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골목길 CCTV 설치가 1위로 꼽혔지만 여기에도 거리가 어둡다는 인식이 내포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시민들이 밤 거리가 어둡다고 인식하는데 타당한 이유가 있다.

실제 청주시에 설치된 상당수 가로등과 보안등이 노후돼 조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시에 따르면 시 4개구에 설치된 가로등(3만5010개)과 보안등(2만6597개) 수는 모두 6만1607개다.

이 가운데 가로등의 경우 나트륨등이 32%(1만1214개), 보안등 중에은 54.7%(1만4575개)가 나트륨등이다.

이를 합치면 43.3%, 전체 가로등과 보안등의 절반 가까이는 노후됐다는 얘기다.

나트륨등보다 밝은 LED 조명으로 교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LED 조명은 나트륨이나 메탈 광원 등을 사용하는 기존 조명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밝아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고효율·친환경적이어서 연간 많은 전기 요금과 온실가스 배출량 절감 효과도 있다.

이 때문에 서울 등 상당수 도시는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나트륨·메탈등을 LED 조명으로 빠르게 교체하고 있다.

반면 가로·보안등 교체를 서둘러야 할 청주시는 오히려 예산을 줄였다.

올해 청주시의 가로·보안등 신설 및 교체 예산은 30억7644만6000원이다. 이는 지난해 예산과 비교하면 9.7%가 줄어든 수치다.

시민참여예산 등에서 제기된 건의를 외면한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시민 엄모씨(56·용암동)는 “인천과 대전에도 살아봤지만 청주의 밤 거리는 너무 어두워 가족들이 집에 들어올때까지 안심이 안된다”며 “꿀잼도 좋지만 밤에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가로등부터 밝게 교체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올해 재정여건 악화로 전체적인 예산이 축소되면서 가로등 관련 예산도 줄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형모 선임기자

lhm043@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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