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커피향·명품 사운드 흐르는 곳
진한 커피향·명품 사운드 흐르는 곳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4.03.0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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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길 `라드레거시'

성안길은 고도 청주의 오랜 중심이다. 구례 운조루의 조선 후기 <청주읍성도>를 보면, 충청도병마절도사영문, 한명회가 취경루 편액을 고친 망선루, 청주목사 율곡의 서원향약비, 목은 이색의 목숨을 살린 압각수, 척화비 등 문화재가 산재해 있는 중앙공원이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9월 임진왜란 때 조헌의 의병과 영규대사의 승병이 연합하여 일궈낸 역사적인 `청주성탈환'을 기념하는 청주읍성 큰잔치가 열린다.

공원 북편 서문오거리와 성안동우체국을 잇는 길가에 `라드레거시'가 있다. 이곳은 전에 호주 멜버른의 Dukes 커피를 메인으로 흑임자라떼로 유명하던 서해원의 서림문화회관이 있었던 곳. 서림은 “공간이 주는 힘”을 슬로건으로 중세의 컨셉을 공간에 녹아낸 카페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서림이 문을 닫고 2022년 6월 신유진 대표에 의해 라드레거시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1층은 번잡한 성안길주차장에 연해 있어 내부로 시각을 돌리기 위한 목적으로 무채색과 와인색이 어우러지는 `커피와 와인바'로 구상하였다. 특히 음향시설 브리온베가(BRIONVEGA)가 눈길을 끄는데, 대표작 RR226은 해상력은 물론이고 턴테이블, 라디오가 내장되어 있는 독보적 오브제급의 이태리 명품이다. 2층은 공간의 시각적 확장을 위해 중앙공원 쪽으로 커다란 창을 배치하였고 나머지 공간은 흰벽으로 마감하여 밝고 모던한 미술관 느낌의 `뮤지엄 스튜디오'로 꾸몄다.

라드레거시는 서울 연희동의 프로토콜 원두를 쓴다. 원두의 선택은 신유진 대표가 경험했던 수많은 카페와 커피의 최종 결과물이다. 메인은 브라질과 콜롬비아 40%에 나머지 20%를 인도네시아로 섞은 프로토콜의 첫 번째 블렌드 `Super Normal'이다. 커핑노트는 다크 초콜릿, 아몬드, 오렌지, 흑설탕. 바디감이 좋아 묵직하면서도 선명한 단맛에 과하지 않은 산미가 더해져 데일리커피로 손색이 없다. 슈퍼노멀로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만든다. 원두 19g을 도징하여 머신 키스반더 웨스턴 슬림짐으로 내린 에스프레소는 물론 호주커피 플랫화이트도 맛이 괜찮다.

필터커피로는 플로럴 베이스의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보타바, 그리고 디카페인으로 콜롬비아 포파얀 슈가케인이 제공된다. 바스크 치즈 케이크를 포함, 초콜릿, 블랙핑크, 말차화이트 쿠키 등 다양한 디저트가 있다. 또 딸기, 복숭아, 키위로 계절마다 에이드를 바꿔 준다. 시그니처는 레거시크림라떼, 달달하고 부드러운 수제크림을 필두로 점차 고소한 커피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다양한 포도주와 벨기에 맥주도 있다.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신유진은 애초부터 본인 취향의 공간과 커피맛을 재현해 내고 싶은 욕망이 컸다. 카페의 주요 존재 의미인 `편안한 소통'을 위한 방편으로 커피와 와인, 그리고 공간디자인을 구상하여 그 구상을 본인만의 공간인 라드레거시에 그대로 투영했다. 위치가 구도심인 연유로 손님들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붐비는 점심때만 피하면, 7·80년대 성안길에서의 추억이 아련한 신중년 실버세대 고향쥐들도 추억여행처럼 편한 마음으로 들러볼 수 있다. 만화처럼 타임머신을 타고와 커피와 와인을 마시며 그시절 풋풋한 추억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어느새 LP를 통해 아날로그 감성의 추억음악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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