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에 빠진 우리 조상들
매화에 빠진 우리 조상들
  • 우래제 전 충북 중등교사
  • 승인 2024.03.06 1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우래제 전 충북 중등교사
우래제 전 충북 중등교사

 

남쪽에서 전해 온 꽃소식은 매실나무의 꽃 매화꽃 소식일 터. 사군자의 소재 중 하나인 매화는 엄동설한을 이겨내 불의에 꺾이지 않는 선비정신을 나타낸다하여 꽃 중의 으뜸으로 여겼다.

시와 글씨, 그림에 능해 삼절이라 불렸던 조선 초 강희안은 양화소록의 화목9등품론에서 매화를 1품으로 분류했다. 선비에게 사랑 받아온 매화는 봄에 피는 것을 `고우(古友)'라 하고 섣달에 피는 것을`기우(奇友)'라고 불렀다. 꽃이 일찍 핀다고 해 `조매', 동지 이전에 핀다고 해 `동매', 소한과 대한 무렵 추울 때 핀다고`한매', 섣달그믐 무렵에 피는 것을 `납매' 또는 납월매, 눈 속에 꽃이 핀다고 `설중매' 또는`설중군자', 춘분을 전후해 피는 매화를 `춘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나무의 가지 모양에 따라 운용매화(용 트림 모양), 수양매화(축 늘어진 모양)로 부른다. 우리나라 4대 매화는 절이나 서원에 있는데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그 첫 번째가 선암사의 매화 `선암매'로 홍매와 백매, 청매를 모두 볼 수 있다. 두 번째 오죽헌의 홍매인 `율곡매'이며 세 번째 화엄사의 `화엄매 혹은 들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검붉은 색을 가졌다고 `흑매(黑梅)'라 한다. 네 번째 백양사의 홍매인 `고불매'로 부처님의 원래 가르침을 기리자는 뜻으로 결성한 고불총림의 기품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그밖에 금둔사의 매화를 `납월매'라 하는데 납월은 부처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12월을 가리키는 말로 그만큼 빠르게 매화가 핀다는 뜻으로 제주를 제외하고 가장 빠르게 핀다. 남명 조식 선생님이 인재를 가르치던 산천재의 매화를 `남명매'라 하는데 흰빛과 아름다운 수형으로 유명하다.

`봄바람에 밤새도록 비가 오더니/버들과 매화가 다투어 피네/이 좋은 날 차마 못할 짓은/술잔을 앞에 두고 임과 이별하는 일이라네.'(이매창)

관기 출신으로 조선 3대 여류 시인 매창의 시다. 매창은 `매화 핀 창'이라는 의미인데 한옥 창밖에 매화 핀 모습을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첫사랑 유희경과 이별을 앞두고 이 시를 지었을까?

어찌 기생만 매화를 사랑했을까? 퇴계 이황은 자신이 지은 매화 시를 직접 선별한 시집`매화시첩'을 남겼다.

`내 전생은 밝은 달이었지, 몇 생애나 닦아야 매화가 될까?(前身應是明月 幾生修到梅花)' 얼마나 매화를 사랑했으면 몇 생애를 정진해 매화가 되고 싶었을까? 퇴계는 죽기 직전에 제자들의 부축하에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윗목에 매화 화분 하나가 두 세 송이 부푼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는 것을 보고 “저 매화(梅花)에게 물을 주어라!”는 말을 끝으로 하직했다고 한다. 그 매화가 단양군수 시절 만난 두향이 보낸 매화이든 아니든 매화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매화는 꽃 뿐만 아니라 그 향기도 매향이라 하여 각별한 사랑을 받았는데 그 이름도 참 다양하다. 당나라 증공은 `차가운 향기(香) 그윽하고 절묘하니 누구를 향해 열리나'라고 했으며 기대승은 `맑은 향기(淸香) 온 나무에 가득하니 부질없이 설렌다'고 했다. 퇴계는 `공이 돌아오기를 기다려 천향(天香)을 피우리라' 했으며 청나라 시인 주자청은 `조화로운 매화 숲의 그윽한 향기(暗響)'라고 했다. `혹한의 추위에 얼어 죽을지라도 결코 향기는 팔지 않는다.'라고 할 정도로 꽃 만큼이나 향기도 사랑을 받았으니 매화꽃이 그리도 좋은가? 이참에 올해는 매화 찾아 여행을 떠나 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