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들이 이루어지는 곳:메트로 골드윈 메이어 사 제작, 빅터 플레밍 감독의 <오즈의 마법사>(1939).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다.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지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중
최고의 소설 도입부 중 하나로 평가받은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는 대비되는 시적 표현으로 시작되어 작품을 읽기 시작한 독자로 하여금 순식간에 작품의 무게감과 분위기를 전달한다. 이렇듯 모순되게도 대비되는 단어들로 점철되는 한 시대의 분위기는 시간을 넘어 현재에 이르러서도 그 느낌이 전달되곤 한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이러한 모순적인 느낌을 전달함으로써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느낌을 전달하는 작품이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오즈의 마법사'는 영화 이외에도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로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39년에 나온 영화 <오즈의 마법사>가 여전히 회자가 되고 있고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영화가 담아내고 있는 `오즈의 마법사'만의 차별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화와 같은 이야기와 구성을 보여주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캔자스'의 도로시와 `오즈의 나라'의 도로시. 캔자스는 도로시가 살던 실재의 공간이고 오즈의 나라는 어쩌다가 도착해버린 마법의 공간이다. 이 공간적 구분은 `색'으로 표현되는데 `캔자스'는 시종일관 세피아톤으로 담아지다가 도로시가 어딘가에 불시착한 후 문을 열자 펼쳐지는 곳인 `오즈의 나라'에서는 총천연색으로 표현된다. 이를 통해 오히려 관객들은 `오즈의 나라'를 더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 영화는 캔자스의 도로시가 토네이도에 휩쓸려 오즈의 나라에 불시착하게 되고 다시 캔자스로 돌아갈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위대한 마법사인 오즈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뇌가 없는 허수아비, 심장이 없는 양철 나무꾼, 용기가 없는 사자를 만나고 저마다 필요한 것을 이루기 위해 동행하게 된다. 도로시가 신고 있는 마법의 구두를 빼앗으려고 하는 서쪽마녀의 괴롭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오즈가 사는 에메랄드 성에 도착하게 되고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쪽마녀의 빗자루를 가지고 오라는 오즈의 조건에 이들은 힘을 합쳐 마녀의 빗자루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어떠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도로시와 `친구'들은 힘을 합쳐 서로를 도우면서 이를 헤쳐나가는 것이다.
이 영화를 제작할 당시 제2차 세계대전의 조짐이 보이고 있었고 실제로 1939년 8월 25일 영화가 개봉된 후 일주일 후인 9월 1일 세계대전이 발발하였다. 미국은 중립국으로서 직접적으로 참전하지는 않았지만 독일 나치군의 열렬한 공세에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불안과 혼란함이 만연해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혼란 속에서 만들어진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꿈과 희망을 품고 용기를 내 앞으로 나아가는 도로시와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소설이 발표되고 영화가 개봉되기까지 약 40년이란 시간 동안 이 이야기는 마음속에 젊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지지를 얻었다. 다가오는 역경과 죽음이라는 공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라 이를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사람이 진정한 `젊은이'이며 이러한 모습일 때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도로시가 부르는 노래 `Over the rainbow'의 가사처럼 마음속에 젊음을 가지고 살아가면 언젠가 우리의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올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세계기록유산, 영화 <오즈의 마법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