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
  • 김현숙 중원교육문화원 팀장
  • 승인 2024.03.0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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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김현숙 중원교육문화원 팀장
김현숙 중원교육문화원 팀장

 

거대한 머리에 툭 튀어나온 이마, 꿰매어 붙인 것 같은 섬뜩한 긴 흉터, 관자놀이에 나사못이 박힌 모습이 떠오르는 `프랑켄슈타인'을 책으로 만났다.

프랑켄슈타인은 흉측하고 괴기스러운 모습을 한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이 형상의 괴물을 만들어 낸 사람의 이름이고, 괴물은 이름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영화 `프랑켄슈타인'에서 만들어 낸 괴물 이미지 덕분에 괴물 이름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프랑켄슈타인'은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인 1818년에 출간된 소설이다. 작가는 열아홉의 나이에 놀라운 상상력으로 탄생시킨 과학소설의 고전으로 현대 출간되는 과학소설은 물론 여러 공상과학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생명의 원리에 호기심을 가지고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과학실험 끝에 사람시체로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킨다. 프랑켄슈타인은 성공의 흥분과 함께 자신이 만든 피조물의 괴기스러운 형상에 경악해 도피해 버리고, 버려진 괴물은 무방비 상태로 세상에 나타난다.

흉물스러운 모습 때문에 인간들의 혐오와 분노, 폭력에 맞닥뜨리며 근근이 생명을 이어가던 괴물은 어느 허름한 집 축사에 숨어 살며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관찰하고, 또 언어를 익혀 사유하고 독서 능력까지 습득한다. 하지만 지독한 외로움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괴물이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를 열망하나 엄청난 혐오감과 인간 사회에서의 추방이 현실이다. 자신과 똑같은 이성의 존재를 만들어달라고 창조주에게 요청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은 끝내 괴물의 간청을 들어주지 않는다. 극에 달한 괴물의 분노는 엄청난 비극을 일으킨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월턴 선장, 프랑켄슈타인, 괴물이 화자가 되어 소설은 이야기한다. 양파껍질 까듯 이야기는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이야기마다 화자가 주인공이라 몰입이 쉬웠다. 자신과 닮은 존재와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고자 했던 괴물의 절규는 그가 저지르는 살육 행위를 정당화시킬 수 없다. 하지만 독자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인공지능 시대의 생명윤리 문제와 더불어 인간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면서 인간과 어울려 살 수 없는 괴물의 외로움이 책을 뚫고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다르다.'라는 이유로 절대 고독에 빠진 괴물처럼 현실에서 내몰린 우리의 이웃들이 떠오르는 책이다. 괴물이 어쩌면 나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천 년 느티나무가 마당 한 켠 듬직하게 서 있는 괴산교육도서관을 떠나 중원교육문화원으로 오게 되었다. 인사 발령은 떨림과 설렘을 안긴다. 새로운 근무지, 새로 만나는 일, 새로운 사람, 새로운 분위기를 마주할 때의 감정이다. 괴물도 혼자여서 외로움에 몸서리쳤듯이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가 없다. 함께 어울리며 그 속에서 함께하며 존재 가치를 확인받아야 한다.

200년 전 놀랄만한 과학적 상상력과 긴장감 있는 이야기 전개로 호흡이 가빠지고 싶으신 독자, 흉측한 외모로 외면당하지만, 인간들 틈에서 함께이고 싶은 열망을 가진 괴물을 만나보고 싶으신 독자, 인공지능 시대 윤리에 대하여 생각해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가족, 사랑하는 사람을 더 살뜰히 살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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