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명부에서 명예가 회복될까
비례명부에서 명예가 회복될까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4.03.03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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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어제 조국혁신당이 창당대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의미있는 지지율을 기록 중인 터라 행사장 분위기는 고무적이었다고 한다. 조국혁신당은 지난달 말 실시된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이어 정당 지지율 3위를 기록했다. 특히 비례의원을 뽑는 정당 투표 의향에서는 10% 중반까지 지지율을 올리며 돌풍을 예고했다. 7~ 8석 확보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판이다. 제 3지대에 닻을 내린 신당들의 부진과 소수정예의 공고한 팬덤을 업고 약진하는 모양새다.

당선이 확실한 비례순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당의 창업주 조국 전 법무장관은 배지를 달고 당당하게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가 의정 단상에서 스스로 필생의 목표로 삼은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종식'을 외치는 모습을 보게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10%에 불과한 지지세와 지역구 출마자를 한명도 내지않고도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준연동형비례제의 맹점을 파고든 변칙정당을 통해 얻은 정치적 성과가 보편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있는 조 전 장관은 지난달 2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았다. 딸에게 직접 위조 인턴 증명서를 발급했고, 미국의 대학에 다니는 아들의 온라인 시험을 아내와 함께 대신 치른 혐의 등이 안정됐다. 그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내준 혐의로 기소됐던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대법서 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조 전 장관에게 남은 최종심 전망도 어두운 이유이다.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들이 집요한 먼지털이식 수사와 표적수사, 별건수사의 산물이라는 조 전 장관의 주장을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1·2심이 일관되게 유죄 결론을 내린 법원 판결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정에서의 억울함을 변명으로 삼기에는 서민에게 박탈감을 안긴 결과가 너무 위중하다.

조국혁신당이 척결을 외치는 윤석열 정부의 탄생이 누구에게서 시작됐는지도 돌아볼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적절하다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조 전 장관 임명을 강행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며 대차게 맞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존재감을 키워줬다. 문 전 대통령과 조 전 장관을 윤 대통령에게 대권 가도를 열어준 장본인으로 지목하는 사람이 적지않은 이유이다.

조 전 장관은 2심서 2년형을 선고 받으면서도 법정 구속을 면했지만 대법원이 그의 항소를 기각하면 금배지를 달더라도 내려놓고 감옥으로 가야 한다.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허덕이는 정당이 하나 더 늘어날 테고 저주의 언어를 주고받는 악다구니 정치는 수위를 더 높여갈 게 뻔하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죄를 묻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회복'을 들고 나왔다. “판사가 주재하는 사법 판단에서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국민이 판단하는 정치적 심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름을 건 정당이 얻고있는 10%대 지지율을 내세웠다. 사법적 판결을 정치적 판결로 다시 재단할 수 있다는 주장을 다른사람도 아닌 법무장관까지 지낸 법학자가 하는 것도 어처구니 없지만 그가 말하는 국민은 도대체 누구인지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그의 창당에 대한 가부를 묻는 여론조사(YTN)에서 응답자 63%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찬성은 30%에도 못미쳤다. 그의 출마를 묻는 조사(CBS)에서도 반대 의견이 찬성을 압도했다.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 10%와 조 전 장관의 정치활동에 부정적인 60% 중 어느 쪽을 국민의 뜻으로 해석해야 할까?

따라서 그가 굳이 국민의 뜻을 물어 정치적 명예회복을 도모하려면 안락한 당의 비례명부에 눌러앉을 게 아니라 전선으로 나가야 한다, 지역구에 출마해 60%의 반대 여론을 설득하고 당당하게 심판을 받아야 한다. 국회의원으로 변신해 자신의 목줄을 쥔 대법원에 영향을 주려는 잔꾀를 부린다는 오해를 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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