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표에 대한 단상
출사표에 대한 단상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4.02.2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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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출사표(出師表)는 촉(蜀)의 제갈량이 유비 사후 황제가 된 아들 유선에게 위(魏)를 정벌하기 위해 출병을 올리는 글을 뜻합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을 극복하기 위해 용기를 가지고 나서는 담대한 일일 때 자주 쓰입니다. 그 결과가 좋을 수도,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출사표는 지극히 사익적인 것과 결과를 떠나 뜻한 바가 이루어졌다면 미치는 영향 또는 이루지 못하더라도 장차 지향해야 할 목표에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보아야 합니다.

특히 출사표는 선거나 정치영역에서 많이 쓰입니다. 이 영역이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치제체에서 대단히 공익적일 수 밖에 없는데다, 앞선 등용문에 관한 제 글에서와 같이 온전히 실적주의에 기대기에는 운칠기삼(運七氣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러 요인들로 인해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이 이 출사표를 던진지 4년이 넘게 흘렀습니다. 사람을 바꿔야 구태를 버려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바른 인재들이 양성되어 자유민주주의를 건강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선진 정치시스템이 정착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기득권의 견고함이 예상보다도 더 높습니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정당의 목적이 아무리 정권획득이라고 해도 정당의 개혁을 위한 자정작용은 국민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합니다.

지난 4년간 정치에 관심을 두고 눈을 돌리니 정치인들의 행태나 이를 따르는 무리들의 언행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지역과 주민을 위한 사명감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자질과 능력을 돌아보지 못한 채 직업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욕심만이 가득합니다.

제 아무리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 역량을 키웠어도 줄서지 않으면 기회가 오지도 않고, 입직되었을 때 지역과 주민을 위해 일할 능력은 당장 크게 고려되지 않습니다. 권력을 쥔 쪽의 말을 잘 따르고, 권력의 발밑에까지 있을 사람만을 발탁합니다.

같은 당에서도 자기편이 아닌 경쟁자의 사람이라면 능력을 보지도 않고 칼을 휘두릅니다. `요즘 시민들이 얼마나 똑똑한데...'라지만, 인지도를 적합도로 둔갑시킨 프레임으로 중우정치를 이용하는데 탁월합니다. 최소한 지금에서는 政治의 뜻 그대로 올바른 다스림을 하기 위한 진정성과 사명감은 찾아볼 수 없고, 탐욕과 작위만이 가득합니다. 이런데도 심판을 하지 않는 시민들이 솔직히 정말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저는 뭐 다르냐구요? 처음부터 다릅니다. 성장환경이 무슨 수저에도 끼지 못하고 공부 좋아하고 진짜 열심히 살아서 실적 쌓아 올렸습니다. 오랜 기간 공들여 법률가 되었고, 남들 안하고 인기 없는 국제법에서 박사학위 받아 통일과 항공우주 연구하고 있고, 혈혈단신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해 헤이그 국제법 아카데미를 갔다 왔습니다. 후배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기 위해 강의도 합니다. 軍門에서 10년 가까이 있었으니 안보관 투철하고 행정을 잘 압니다.

기본적으로 천문과 지리에 밝아 산과 물줄기 따라 우리 지역 곳곳을 누비고 다녔고, 시와 자연을 사랑합니다. 불혹 중반을 훌쩍 넘어 법과 정치 사이에서 제가 지향하는 목표점은 휴머니즘, 즉 생명존중입니다.

모두가 타고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위험을 없애고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때가 되면 더 중히 쓰일 때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 때란 가만히 기다리지 않고 만들어 가는 것일 수 있습니다. 기득권을 당장 깨지는 못할지라도 이 지역과 주민들 곁에서 커가는 성장통으로 반향을 일으킬 때를 감히 기대해 봅니다. 출사표를 던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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