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며 피는 꽃
  • 박창호 전 충북예고 교장
  • 승인 2024.02.2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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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박창호 전 충북예고 교장
박창호 전 충북예고 교장

 

내가 `흔들리며 피는 꽃'이란 시를 처음 접했던 것은 15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그때 나는 도교육청에서 생활지도와 대안교육 업무를 담당하는 장학사였다. 그래서 늘 학교 폭력을 줄일 수 있는 방안,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했고, 언론이나 의회에 그 답을 내 놓아야 했다. 그런 와중에 `흔들리며 피는 꽃'이란 시를 접하면서, 이 아이들이야말로 정말로 흔들리며 피는 꽃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흔들리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이들이 예쁘게 꽃을 피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답을 찾기 위하여 전국에 있는 대안교육기관들을 벤치마킹했다. 그리고 만든 것이 청명학생교육원 설립 계획이었다. 보고서의 제목은 `청명학생교육원 설립 계획'이었지만 프레젠테이션 제목은 `청명학생교육원 설립계획,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고 붙였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은 `문제아'가 아니다. 이들은 환경이나 기질적인 어려움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 `위기의 아이들'이다. 그러니 이 위기의 아이들이 비록 지금 흔들리고 있지만 줄기를 곧게 세우고 예쁘게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2010년, 청명학생교육원 개원을 위해 자원하여 그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선생님들과 함께 `흔들리며 피는 꽃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지 고민하면서 교육과정도 만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들어오기 전, `흔들리며 피는 꽃'을 커다란 현수막으로 제작해 교육원에 들어오면 어디서나 보일 수 있도록 중앙에 큼지막하게 걸어두었다. 학생들 모두 자신이 언젠가는 아름답게 필 흔들리고 있는 꽃이라고 생각하길 바라면서, 그리고 누구나 다 이 아이들이 `문제아'가 아니라 지금은 흔들리고 있지만 언젠가는 예쁘게 피어날 꽃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라면서….

그때부터 나는 이 시에 곡을 붙여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막연하게 품게 되었다. 그러다 지난 1년 작곡을 공부하면서 이 시가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도종환 시인에게 곡을 붙여보고 싶다고 메일을 드렸다. 시인은 허락해 주셨다, 15년 전 막연히 품었던 꿈을 드디어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은여울중고등학교에서 새 학기 준비 기간에 선생님들께 특강을 해달라는 부탁이 들어와서 나는 강의 주제를 `흔들리며 피는 꽃'으로 잡았다. 그리고 강의를 하러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고개를 한참 들어야 눈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키가 훤칠한 젊은 선생님 한 분이 반갑게 다가오면서 인사를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 역시 그를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너, 00 아니냐?” 나는 반가워서 손을 덥석 잡았다. 2010년, 청명학생교육원을 개원했을 때 첫 입소생으로 들어왔던 아이, 언제부턴가 들어올 때와는 달리 조금씩 변하더니, 원적교로 복귀할 때에는 자신도 나중에 청명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말을 남기며 돌아갔던 아이. 그 뒤 언젠가 나는 그 애가 사회복지학을 전공한다는 소식도 얼핏 전해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 아이가 이렇게 어엿한 어른이 되어 은여울 선생님으로 새 학기 준비교육을 받는 자리에 앉아 있으니 얼마나 놀랍지 않았겠는가!

참으로 가슴 벅찼다. 흔들리던 아이가 고운 꽃이 되어 이제는 흔들리고 있는 아이들이 곱게 꽃 피울 수 있도록 도우려 들어왔으니. 그 아이, 아니 그 선생님에게 흔들리며 피는 꽃 대형 현수막이 생각나느냐고 물었더니 생각난다며 웃었다. 강의를 마치며 새로 작곡한 노래를 처음으로 불렀다. 도종환 시, 박창호 곡 `흔들리며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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