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의 한숨
영끌족의 한숨
  • 이재경 국장
  • 승인 2024.02.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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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요즘 수도권, 지방할 것 없이 도심 상가 경기 분위기가 붕괴 직전이다.

고령화에다 중장년층들의 소비 여력이 위축되면서 도심 몇몇 핫플레이스를 빼고는 모두 상경기가 무겁게 얼어붙었다.

얼마전 지방 대도시에 갔다가 택시를 탔는데 기사에게 넌지시 경기 동향을 물어봤다.

“요즘 이 지역 택시 경기는 어떻습니까?”

돌아오는 답이 놀라웠다.

“경기요? 초저녁만 지나면 평양시내 거리 같아요. 거리가 텅 비고 상가들도 문을 닫기 시작합니다.”

실제 이곳 뿐만이 아니다. 수도권을 비롯해 대전, 청주, 인천, 부산, 대구 등 국내 대부분 도심 상권이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같은 상경기 위축에 대해 일부나마 답을 내놓았다.

지난 25일 `가계별 금리 익스포저를 감안한 금리 상승의 소비 영향 점검'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소비 성향이 제일 센 3040세대'의 과도한 부채가 금리 인상으로 인해 큰 폭의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돈을 가장 잘 쓰는 30, 40대 연령층이 지갑을 닫는 바람에 국내 내수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댄다는 얘기다.

실제 이들 세대는 왕성한 경제 활동을 통해 가장 돈을 잘 벌고 잘 쓰는 연령층이다.

1980년대 이후 국내 경기가 호황기를 접어들면서 항상 소비 시장은 이들 계층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0년대 말부터 2021년 초반까지 불어닥친 `아파트 광풍'은 재앙으로 다가왔다. 수도권에서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던 아파트 값을 바라보면서 이른바 영혼까지 돈을 끌어 투자한다는 `영끌 투자'가 시작됐고 이때 막대한 빚을 지고 집을 샀던 20~40대 계층에 재앙이 시작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저금리 기조가 무너지기 시작해 연리 2~3%대였던 주택담보 대출 금리는 순식간에 1년 만에 5~6%대까지 치솟았다.

3억원을 빌려 집을 산 사람의 경우 1년에 800만~900만원만 내면 됐던 이자를 1800만원이나 내야 했고 원리금까지 포함해 대출금을 갚는 경우 월급은 만져보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게다가 끝없이 오를 줄 알고 산 아파트 가격은 급전직하로 떨어졌다. 서울 지역의 경우 10억원대의 아파트가 불과 2년새 반토막이 나고 대부분 지역 아파트 가격이 2020년대 초 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지면서 영끌족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로 은행에 빚만 갚느라 허덕이는 신세가 됐다.

빚을 지고 산 집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자산 감소 충격과 함께 고금리 대출 이자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과도한 이자 수익을 올린 금융권을 압박해 소상공인들의 고금리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일정 부분 탕감해 되돌려 주는 이자환급 제도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금융권 시중은행에서 금리 4%를 초과하는 이자를 납부하는 178만명에게 1조3000억원 규모가 환급됐다. 정부는 3월에는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영세 소상공인에게도 동일한 혜택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내친 김에 연리 5~6%대 이상의 주택담보금리도 조금씩 내려줘 영끌족들의 한숨을 덜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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