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번 버스의 기적
88번 버스의 기적
  • 김세원 중원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4.02.26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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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입춘이 지난 지도 한참인데 봄은 도통 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따뜻한 봄바람을 기대했던 우리에게 아직 멀었으니 기대하지 말라는 듯 눈으로 온 세상을 하얗게 덮고 있다. 가지 않으려는 겨울이 얄밉기도 하지만 새하얗게 덮인 세상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 아름다움에 빠져 나도 모르게 슬며시 꺼낸 봄을 주머니 속에 꼬깃꼬깃 다시 집어넣게 되는 것 같다.

오늘 소개할 작품인 `88번 버스의 기적-프레야 샘슨'은 사실 내가 지금 말하려는 삶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내용은 아닐 수 있다. 프랭크 할아버지의 60년간 찾아온 첫사랑에 대한 소재로 할아버지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선의적인 행동과 그것이 타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내용들로 젊은이의 톡톡 튀는 로맨스는 물론 아날로그적인 순수한 프랭크 할아버지의 로맨스까지 어우러져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소설이다.

오늘 나는 주인공들이 펼치는 달콤 살벌한 로맨틱 이야기를 나는 `인생의 터널'이라는 주제에 포커스를 맞춰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임신한 채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리비', 사람의 겉모습만을 중요시하던 프랭크 할아버지의 요양보호사 `딜런',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신세 한탄을 하는 `패기 할머니'….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을 보면 다른 이들이 보기에 공감할 수도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는 각자의 어둠을 안은 채 방황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프랭크 할아버지의 첫사랑 찾기 프로젝트라는 작은 트리거를 통해 삶의 의지를 넘어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만약 이들이 현실의 고통에 삶을 포기했다면, 삶에서 도피한 채 은둔형 외톨이로 계속 지냈다면 과연 인생의 기적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그들 행동의 이유가 선의든 아니든 상관은 없다.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행동을 한다는 것 그것이 그들 인생의 어둡고 긴 터널 끝에 놓인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삶의 기적을 경험할 수 있게 했던 것일 것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스한 봄이 오듯 우리 삶에도 시련과 기적이란 삶의 순환구조가 존재하고 있다. 세상의 숱한 시련을 겪으며 훗날 있을 기적과도 같은 기쁜 날을 하루하루 기다리며 버티는 우리 삶의 구조 말이다. 터널의 끝이 가장 어둡듯 우리의 삶 또한 기적과 가장 가까운 순간이 가장 힘든 시련의 순간이 될 것이다. 이 순간을 참고 견디며, 터널의 끝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느냐에 따라 기적이라는 환한 순간을 맞이할 자격이 주어질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 인생은, 겨울처럼 춥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홀로 보내야 하는 것이 숙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봄을 기다리고 있음을 그리고 그 봄의 기쁨을 다른 누군가와 함께 만끽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줄 때 생각지도 못한 인생의 기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자신이 가장 힘든 무언가가 있다면 이렇게 얘기해보자. 난 너와 함께 할 준비가 되었다고 그리고 너를 언제든 떠나보낼 준비도 되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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