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떠난 사랑
가을에 떠난 사랑
  • 김일복 시인
  • 승인 2024.02.26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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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정신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속에서 한 여인을 만났습니다. 평생 나만 걱정해 준 여인입니다.

우리는 어딘지 모르는 길을 오래도록 걸어 다녔습니다. 그러다 굴절된 가을빛 사이로 여인은 사라졌습니다. 한참 후 꿈속에 들리는 말이 반복해서 새겨집니다.





환한 연못, 귀 기울이는

당신의 모습은

붉게 물든 단풍과 닮았습니다



굴절된 가을빛 사이 만나는

굽이 젖어있는 길에서



“너는 파도 속에서 사는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아파”



깍지 낀 손가락을 풀며

수없이 만지작거렸던 소리가 아직도

심장에 남아 두근거립니다



어깨와 어깨가 나란히 부딪치며

또다시 하나둘 깍지 끼고

몇 번을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르지요



환한 연못, 붉게 물든 산 아래

나는 또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파도처럼 살지 않았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느덧 가을을 보내면서

만지작거렸던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시 「가을에 떠난 사랑」 전문



아마 계절을 잊은 건가? 아니면 세월을 못 느끼는 건지 생각 없이 살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거나 게으름을 피지 않았습니다. 그냥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이 늘 따라다녀 슬퍼만 했습니다.

그래서 계절을 어루만집니다.

나는 상처가 남기고 간 상처를 알기에 지난 온 삶을 통해 진실하게 살았습니다. 그래서 `파도처럼 살지 않았다고'.

길다면 긴 여정에서 당신을 동경하며 살았지요.

깊은 곳을 찾아 흐르는 물처럼 삶이란 어쩌면 깊은 비밀을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결국 끝없는 사랑이 누군가에게 꽃이 되고 품이 된다면 잊힌 세월도 탓하지 않습니다.

이제 내 안에서 당신을 그립니다. 아니 사랑합니다.

활활 타오르는 내 마음속에 당신이 있습니다. 영원한 사랑을 당신에게 말하지 못해 멍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사랑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나는 또 여기 있습니다. 이제 말 없는 가을의 소리를 눈으로 듣습니다.

그러다 간절하게 그리워지면 나도 모르게 양손을 포개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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