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 경쟁된 공천 경쟁
퇴행 경쟁된 공천 경쟁
  • 권혁두 국장
  • 승인 2024.02.2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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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엇그제 “주관적 평가의 가장 중요한 영역에는 동료 의원의 평가도 있다”며 “그걸 거의 0점 맞은 분도 있다고 하더라. 여러분도 아마 짐작할 수 있는 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20%에 든 의원들이 비명 일색이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동료 의원인 누군가에겐 낙담이요 치욕이 될 발언을 하며 실실 웃는 모습을 보고 “인성이 의심스럽다“고 개탄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의 조롱섞인 웃음보다 주목할 것은 그가 가장 중요한 평가 영역이라고 강조한 `동료 의원 평가'의 실상이 아닐까 싶다.

민주당의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10%에 들어가 논란이 되고있는 박용진 의원을 살펴보자. 그는 지난 20대 때 당시 야당과 업계의 집요한 반발에도 불구 `유치원 3법'을 주도하고 관철시킨 인물로 기억된다. 다른 의원들이 허리를 굽히는 재벌을 향해 일관되게 개혁을 추궁해온 몇 안되는 의원 중 한명이기도 하다. 택지개발 등 이권에 연루돼 기소된 적도 없고 법인카드 따위로 구설에 오른 적도 없다. 지난 총선에서 서울서 가장 높은 득표율로 당선된 게 우연은 아니다.

그는 문재인 정권때부터 당내에서 쓴소리를 하는 의원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때 수차례나 “포기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했다. 대표가 초래한 사법 리스크에 당이 끌려다녀선 안된다는 주장을 펼쳐 이 대표 열혈 지지세력인 `개딸'들의 집중포화를 받기 일쑤였다. 이 대표 체포 동의안 부결 이후 개딸과 당내 친명세력의 이른바 `수박 깨기'의 표적이 돼 수난을 겪었다. 이재명 대표와 대선 후보 경선과 당 대표 선거 등에서 두 차례나 경쟁했다. 친명 주류 의원들로부터 동료가 아닌 배신자로 낙인찍힌 윤 의원이 `동료의원 평가'에서 어떤 점수를 받았는지는 불문가지 아니겠는가?

이 대표 측근인 정봉주 당 교육연수원장이 박 의원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며 한 말이 당 분위기를 함축한다. 그는 “윤석열 정권을 비판해야 할 때 당대표와 맞서고 내부에 총질하는 의원들은 더 이상 민주당을 대표할 수 없다”며 “민주당답지 않은 분 중 한 분의 지역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득표에서 30%를 감산받는 치명적 패널티를 업고 경선에 임해야 한다.

하위 20% 통보를 받은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민주당은 이 대표 사당으로 전락했다”며 탈당했다. 작가 진중권은 “김영주 부의장은 부의장 역할로 바쁠 텐데도 본회의와 상임위 90% 이상 출석, 대표발의 120건을 기록했다”며 “이 재명 대표는 대표발의 6건에 상임위 출석률은 30%대”라고 꼬집었다.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 의혹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비명계 의원들의 지역구에서 현역의원을 배제한 수상한 여론조사가 실시돼 당내서 분란이 벌어졌다. 친명계를 꽂기 위한 수순이란 의심을 샀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측근인 김용, 정진상 등의 수사와 재판에 참여했던 변호사 6명이 공천 신청해 일부가 경선을 얻어낸 대목도 석연찮다. 와중에 선거관리위원장이 갑자기 사퇴한 것을 두고도 추측이 난무했다.

국민의힘은 혁신 공천에 박차를 가하기 보다는 민주당의 혼란이 가져온 반사이익에 안주하는 모습이다. 현역 의원을 재기용해 후유증을 최소화 하려는 안전빵 공천에서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하며 내걸었던 물갈이나 혁신의 기치는 보이지 않는다. 10% 컷오프를 결정하고도 지역구를 옮긴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상한 논리로 뒤집었다.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에 밀려 일찍 불출마 용단을 한 장제원 의원만 땅을 치고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래도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들이 공천 과정에서 설칠 것이라는 우려를 어느정도 불식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비교된다.

민주당 한 당직자가 그제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도 잡음이 있으나 민주당의 파열음이 부각되다보니 묻히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보다 정확한 진단은 `민주당의 자멸적 공천이 국민의힘의 혁신 의지를 후퇴시켜 공동 퇴행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지리멸렬이 안타까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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