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곪아 터지기 전에
더 곪아 터지기 전에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4.02.20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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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음성천연가스발전소 건설이 시작되면서 설립된 음성상생마을협동조합이 내홍에 휩싸일 위기다.

이 조합은 발전소 인근 6개 피해지역 마을 이장들이 `발전소주변지역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주민지원사업 및 마을공동발전사업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영리법인 조합이다. 조합은 6개 마을 공동 출자금과 230여 명 조합원 출자금 등 약 5000만원 정도의 기본 자산을 토대로 운영이 시작됐다.

그런데 조합 설립 1년을 결산하는 총회를 앞두고 실시된 내부 감사에서 집행부의 부당한 업무 집행에 대한 여러 의혹성 지적이 터져 나왔다.

특히 발전소 시행사인 한국동서발전㈜가 약 3억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한 마을공동식당(이하 함바식당) 운영 사업 추진 과정에 가장 많은 지적이 쏟아졌다.

감사는 의견서를 통해 △4명의 이사가 참석한 이사회에서 `집밥 ○○○' 업체와 식수 인원당 1200원, 보증금 3000만원 등의 내용으로 함바식당 운영계약 체결을 결의하고 며칠 뒤 개인인 이모씨와 영업 임대계약을 체결한 점 △이사회 결의 내용과 달리 영업 임대계약서 상의 보증금이 3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임의 감액돼 계약이 체결된 점 △한국동서발전㈜가 6개 마을 전체의 동의를 전제로 사업비 지원을 약속했음에도 4개 마을만의 동의를 얻어 토지계약 등의 사업이 추진됐고 이로 인해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면서 법적 분쟁이 우려되는 점 △㈜영진이란 업체가 2018년에 2억5000만원에 매수한 토지를 원모씨라는 사람이 2배 이상 높은 6억원에 매수한 뒤 곧바로 조합 이사장 명의로 토지 임대보증금 1000만원과 3년간 월 임대료 100만원의 계약을 체결한 점 △해당 토지를 매수한 원모씨가 등기 이전 당일 3억9000만원의 대출을 받으면서 금융권이 근저당권과 토지 지상권을 설정한 바, 그 지상에는 건물신축이 불가능하고 식당 부지로 활용할 수 없음에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점 △현 상황에서는 즉각적인 함바식당 운영이 어려움에도 성급히 부동산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매월 임대료를 지출해야 하는 등 재정 부담을 야기시킨 점 △당초 계약에는 월 지출 임대료가 100만원었는데 50만원으로 임의 감액된 점 △수입이 전무한 상태에서 540여 만원의 당기 순손실이 발생한 점 등을 지적 의견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음성상생마을협동조합은 6개 마을 이장(조합 이사)들 간 의견충돌로 상호 소통이 결여 되는 등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반복돼 왔다. 함바식당 사업 추진과 관련한 여러 지적들도 이미 오래전부터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우려감이 표명돼 온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행부 일부 임원들은 무슨 이유에선가 함바식당 사업 추진을 멈추지 못하고 무리한 강행을 고집해 왔다.

결국 감사로부터 의혹성 지적들이 쏟아지면서 이달 22일 개최하기로 했던 조합 총회는 돌연 연기됐다. 이번 감사 의견에 대해 그간 조합 운영을 이끌어 온 집행부에서는 일부 지적은 인정하지만 의혹성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표명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감사에서 지적된 사안들이 집행부의 일탈과 비위로 드러나기라도 한다면 조합의 내홍은 걷잡을 수가 없게 된다. 조합의 자산은 임원들의 자산이 아닌 6개 마을과 230여명 조합원의 자산이다. 감사 지적 사항만으로도 의혹성 문제를 야기시킨 임원들은 책임을 통감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만이 더 곪아 터지기 전에 조합의 내홍과 파탄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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