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4.02.19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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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익스포저(Exposer·노출). 경제용어로 `위험 노출액', 즉 국가간 또는 기업간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우려 투자(금액)를 의미하는 말이다.

지난 주말 국내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의 해외 부동산 투자로 인해 예상되는 익스포저가 20조3868억원에 달한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최근 몇 년간 고금리 장사로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을 무모한 해외 부동산 투자로 인해 상당액이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시작된 고금리 기조에 편승해 최근 수년간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4대 은행의 이자 수익은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 40조65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도 39조원대로 수익이 막대했다.

생존기로에 선 소상공인과 기업들이 대출을 늘리는 가운데 부동산에 영끌한 가계대출마저 급증해 은행들은 천문학적인 이자 수익을 챙겼다. 그런데 그렇게 번 돈을 해외에서 다 날릴 위기에 처했다.

지난 18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총 782건, 투자 원금은 20조3868억원에 달한다.

은행별로는 하나금융이 6조245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금융 5조6533억원, 신한금융 3조9990억원, 농협금융 2조3496억원, 우리금융 2조1391억원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중 대출 채권을 제외한 수익증권과 부동산 관련 펀드 투자 건수는 512건이었는데 모두 10조4446억원을 투자해 지난 한 해에만 1조1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평가 수익이 -10.53%에 달했다.

세계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하락세인 상황에서 무모한 투자를 하다가 손해를 봤다.

어처구니없는 투자로 원금을 전액 날린 금융사들도 있었다. 한 증권사는 미국 뉴저지의 상업용 빌딩에 180억원을 수익증권 형태로 투자했는데 현재 평가 금액은 단돈 10억7500만원에 불과했다. 10년 만에 투자 원금을 95% 날린 것이다. 또 다른 5대 금융 계열 증권사는 미국 전역 30개 호텔로 구성된 수익증건에 218억원을 투자했는데 역시 현재 평가금액이 -94%인 16억7000만원에 불과했다.

두 금융그룹 보험사가 미국의 같은 빌딩에 사이 좋게 손잡고 투자했다가 7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 전액을 날린 사례도 있었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20타임스퀘어 건물에 투자를 했는데 H손해보험은 114억원을, N생명보험사는 571억원을 모두 날리고 현재 장부상 평가 금액이 0원으로 남았다.

문제는 이들 금융사들의 무모한 투자가 국부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언론들은 일제히 금융사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해외 투자 손실액을 충당하느라 국내 금융소비자들을 향한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고객은 당연히 국가 경제의 중추역할을 하는 소상공인과 기업들이다. 무분별한 해외 투자 손실을 국내 선량한 고객들이 땀흘려 부담한 이자로 메꾼다는 게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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