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학교 사서교사
  • 승인 2024.02.1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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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학교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학교 사서교사

 

이제는 책을 구입할 때 전자책으로 구입하게 된다. 종이책은 정리와 보관이 힘들어서 전자책을 이용하려고 한다. 종이책 구입 줄이기를 하고 있는데 책 소개를 읽는데 `사랑인 줄/알았는데/부정맥' 이라던가, `연상이/내 취향인데/이젠 없어' 란다. 이건 질러야 한다고 마음이 외치더라. 발간일인 2024년 1월 17일 즈음 구입 신청을 했는데 1월 30일 2판 발행된 책을 받았다. 책 소개를 보고 호기심에 바로 질러버린 나 같은 사람이 많다 싶었다.

책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포레스트북스), 시 한 편을 그대로 책 제목으로 썼다. 책은 일본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에서 개최하는`실버 센류' 대회에서 입상한 작품을 모아 묶었다. 센류는 일본의 5-7-5의 17음으로 된 짧은 정형시로 보통 풍속이나 생활시로 주로 쓰인다.

협회에서 2010년 20주년 기념사업으로 실버 센류 대회를 실시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6살부터 100살,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응모하며 11만 수가 넘는 작품이 접수됐다고 한다. 모아진 시를 읽고 심사해 협회 요양시설에 있는 어르신들이 수상작을 결정한다. 일본에서 시리즈 90만부 돌파한 책이라 하니 시대의 한 흐름을 차지한다 싶다.

`당일치기로/가보고 싶구나/천국에' 라는 시를 시작으로, `세 시간이나/기다렸다 들은 병명/노환입니다'라는 시를 읽고 웃기면서도 나이와 삶을 실감하게 되더라. 나도 조금 있으면 저런 병명을 들을 지도 모르겠다는 공감이 든다. `이봐, 할멈/입고 있는 팬티/내 것일세'라는 시에는 마구 웃음이 나오더라. 내가 나이가 어렸다면, 그냥 웃기만 했을 것 같은데 얼마 전 터미널에서 자리를 잘못 보고서는 내 자리인 줄 알고 `제 자리인데요.' 했다가 자리를 잘못 앉은 걸 깨닫고 기겁한 적이 있어서인지 웃으면서도 남 일이 아니다 싶다. 시 한 수 한 수 읽어가며 웃음이 나오면서도 깊이 공감 가는 점도 많고, 반성도 하게 되더라. `전에도 몇 번이나/분명히 말했을 터인데/처음 듣는다!' 는 시에 우리 엄마 생각이 나서 마음속으로 `맞소!'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시 하나 하나에 공감도 가고 나이듦에 대해 슬퍼지기도 하고 세상 다 산 어른들의 유쾌하고 배짱 넘치는 모습에 즐겁게 책을 읽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이보다는 이제 노인이 많은 시대에 살게 될 것 같다.

유치원이 폐업한 건물에 노인요양시설이 개업한다고 하더라. 경로원에서 팔순인 노인이 막내라 식사 장만 등의 속칭`막내 노릇'을 해야 해서 경로원을 싫어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공항 대합실 등 저렴하고 돈이 안 들면서 보낼 수 있는 장소를 찾아다닌다는 뉴스를 얼마 전에 봤다. 공공도서관에서도 10년 전만 해도 큰 글자 책 등은 보기 어려웠었는데 최근엔 수서할 때 큰 글자 책들을 갖추려 노력하고 있고 돋보기나 확대경을 비치해 나이 드신 분들의 책읽기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책을 주문하고 집을 비웠던지라 칠순이 된 엄마가 책을 나보다 먼저 읽었다. 이 책을 읽은 엄마의 감상평은 `이런 책 더 없니? 진짜 재밌더라.' 였다. 나이가 있으니 왠만한 책의 글자는 너무 작아서 책 읽기가 쉽지 않은데 글자 크기가 크고, 시라서 짧아 엄마도 재밌게 책을 읽으셨더라. 이렇게 어르신들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싶다. 최근 치매예방을 위한 컬러링 북이나 퀴즈 책이 나온 건 종종 봤는데 아마 몇 년이 지나면 서점이나 도서관 한 켠에 어르신들을 위한 추천 도서 코너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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