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이 바닥 좁다' 만연한 취업방해 엄벌을"
직장갑질119 "'이 바닥 좁다' 만연한 취업방해 엄벌을"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4.02.18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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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취업방해 사례들 공개
"괴롭힘 피해자 신고 철회 수단 악용"

"증거 확보 어려워 신고조차 요원해"

"프리랜스·특고 등에도 확대 적용해야"



-1. 자동차 판매 대리점 소장의 폭언 등 갑질에 항의하는 건의사항 서류를 만들었다가 쫓겨난 영업사원 A씨. 대리점 협회 규정에 따라 취업제한 기간 1년이 끝난 후 재차 일자리를 구하려 했으나 "블랙리스트에 걸려 있어 입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2. 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을 했다는 이유로 사용자로부터 "업종에서 일하지 못하게 소문을 내겠다"는 협박을 받은 B씨. B씨가 다른 회사로 이직하자 사용자는 그가 이직한 새 회사 대표에게 전화해 "B씨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이 취업제한을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18일 비슷한 취업방해 사례를 공개하고 취업방해금지법 위반 기업에 대한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한 어린이집 직원은 지난달 직장갑질119에 "원장이 저와 면담하며 갑자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러면서 '이 바닥 좁은 거 알지 않냐'라는 협박 발언을 하며 퇴사를 종용했다"고 제보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지난해 5월 직장갑질119에 "회사에서 자진 퇴사를 강요했다"면서 "앞서 사직한 사람이 이직할 회사에서 연락받았는데, 그 사람은 불합격됐고 앞으로도 이 바닥에 못 들어올 거라고도 했다. '면접을 보면 사장 귀에 들어갈 것' '이 바닥이 좁으니 조심하라'는 말은 취업을 방해하겠다는 말로 들렸다"고 토로했다.



취업방해 협박이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신고 철회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한 제보자는 지난해 12월 직장갑질119에 "부장에게 이전 팀장의 괴롭힘 사실을 털어놓자 오히려 '이 학교에서 그만 일하고 싶냐' '이 업계에서 일하고 싶지 않냐'라는 말만 들었다"며 "이 말을 듣고 정규직 전환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면담 내용을 비밀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괴롭힘을 신고하며 사직 의사를 밝히자, 사측에서는 저를 다그치며 소송이라도 할 듯 겁줬다"며 "'업계도 좁고 포지션도 넘나들기 때문에 이직 후에 평가가 좋을 것 같으냐' 등 신고자가 이직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할 듯 위협을 해왔다"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피해자들은 일터에서 겪는 부당함이 다음 일터를 구하는 과정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위축되는 경향을 보였다"며 "특히 노동자는 사업주가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는지 등 증거 확보가 어려워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프리랜서·특수고용직 노동자들 역시 취업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이외 대응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사용자의 취업방해 행위는 더 폭넓게 해석될 필요가 있고,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취업방해금지법 위반 기업에 대한 처벌 역시 강화돼야 한다"며 "블랙리스트 작성·운영은 회사의 고유 권한이라는 이름으로 허용돼선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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