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이송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4.02.1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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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이송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이송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책 날개에 적힌 작가 소개 밑에 적힌 문구를 몇 번을 공들여 읽었는지 모른다.

“이 소설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해요. 책, 동네 서점, 책에서 읽은 좋은 문구, 생각, 성찰, 배려와 친절, 거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들끼리의 우정과 느슨한 연대, 성장,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 그리고 좋은 사람들.”

어쩜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을 이렇게 살뜰히 모아놨을까!

도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황보름·클레이하우스)'. 이 책은 서점 주인 영주를 중심으로 다양한 상황에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위로가 되어주는 공간과 너무 가깝지 않은 거리에서 하는 배려와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이야기다.

몸이 긍정하는 공간,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공간, 내가 나를 소외시키지 않는 공간,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공간인 휴남동 서점에서 책을 읽고 감상을 남기고, 손님에게 책을 추천하고, SNS로 소통하고, 작가 강연회를 열고, 글쓰기 모임을 만드는 등 영주가 고민하고 정성을 기울이는 모습이 사서들의 모습 같아서 이용자들과 따뜻한 관계를 맺어가는 휴(休)남동 서점이 우리 도서관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에 나온 `좋은 소설이란 기대를 넘어서는 곳까지 데려가는 소설'이라는 표현이나 `좋은 책이란 삶에 관해 말하는 책. 깊이 있는 시선으로 진솔하게 말하는 책. 삶을 이해한 작가가 쓴 책. 작가의 깊은 이해가 독자의 마음을 건드린다면, 그 건드림이 독자가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면, 그게 좋은 책 아닐까'라는 문구들을 따라 적어 본다.

`부모 자식도 결국은 어떤 의미에서는 헤어져야 한다'는 `에이미와 이저벨(엘리자메스 스트라우트·문학동네)'이라든가, `나의 작은 호의가 누군가에겐 나는 당신 편이에요라는 말로 들린 적이 있지 않을까'라는 문구와 함께 소개된 `빛의 호위(조해진·창비)', `생산성이 극도로 발달된 사회에서도 여전히 모두가 평생 일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뭘까?'라며 다운시프트생활이라는 단어를 알게 해 준 `일하지 않을 권리(데이비드 프레인)'와 같은 실제 책들도 등장인물의 상황에 따라 추천해 주는데 그 내용이 흥미로워서 꼭 찾아 읽어보고 싶게 한다.

책 날개에 쓰인 단어부터 소설의 문구, 추천하는 책 등 하나하나 곱씹다 보니 빠르게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이지만 `활자에 온몸을 기대듯 읽는다.'라는 책의 표현처럼 읽히는 책이고, 수필과 소설의 그 어디쯤에서 담담하게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명절 연휴 끝에 마음속 파도를 잠재우는 데 온 에너지를 다 쓰고 있다면 가장 친한 친구조차도 이해 못 할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은 작가의 좋은 책을 만나 나를 위한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오늘 하루도 잘 보내기를 바란다.

“책이 우리를 다른 사람들 앞이나 위에 서게 해주지 않는 거죠. 대신 곁에 서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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