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영화같은 가정폭력은 이제 그만
설 명절 영화같은 가정폭력은 이제 그만
  • 양승현 충북경찰청 여성보호계 경위
  • 승인 2024.02.0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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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현 충북경찰청 여성보호계 경위
양승현 충북경찰청 여성보호계 경위

 

2021년 개봉한 `세자매'라는 영화에는 세자매(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배우)가 등장하고, 주인공들은 어린시절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인 가정폭력(아동학대)을 당하며 같은 상처를 안고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게 된다.

성인이 된 그들은 상습 가정폭력 가해자인 아버지의 생일을 맞아 다 함께 모인 자리에서 그간의 감정이 폭발하게 되면서

오랜 기간 마음속에 꾹꾹 눌러 두었던 어린 시절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받기 위해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사과하라고 소리치게 된다.

마음 아프고 긴 먹먹한 여운이 남는 가정폭력 피해자인 세자매의 이야기가 단순히 영화로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닌 우리 가족이나 가까운 이웃집 이야기와 닮아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무거운 여운이 남는다.

가족 간 사적인 공간이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정 내 약자라는 이유로 가정폭력을 숙명으로 체념하고 살다 보면, 친밀한 관계에서 상습적으로 폭력행위가 반복·증폭되어 심각한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정 구성원 중 상대적인 약자의 입장에서는 폭력행위를 묵인할 수밖에 없고, 신고를 하면 더 큰 보복과 위협에 노출되다 보니 무기력하고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자매'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가정폭력 피해자는 지역사회와 국가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2023년 충북경찰에 접수된 112신고는 총 6339건으로 이중 여성 신고자 비율은 63.3%로 전반적으로 여성의 가정폭력 신고율이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3년마다 진행되는 여성가족부 주관 가정폭력 실태조사(2022년) 결과, 이혼·별거·동거 종료 후 당시 배우자 및 파트너에 의한 스토킹 피해 경험을 보면, 남성의 경우 본인에 대한 접근을 주로 경험한 반면, 여성의 경우 본인 뿐 아니라 주변 사람에 대한 접근까지 경험한 사례가 많았다.

피해자 뿐 아니라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실태조사에서 가정폭력 관련 법·제도 중 인지도가 가장 높은 문항은 `가정폭력 가해자가 접근금지를 위반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로 응답자의 86.2%가 이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부분은 주목할만하다.

실제로 가정폭력 신고시 경찰에서는 주거·직장으로부터 접근금지, 휴대폰 등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신청할 수 있고,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하여 가해자의 접근금지 조치를 할 수도 있다.

도내 가정폭력 신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지난해 접수된 일일 평균 신고는 17.4건이고 설 명절 기간에는 22.8건으로 31%나 증가하였다.

충북경찰은 이번 명절에 지난해와 같이 신고의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설 명절 가정폭력 예방대책을 추진한다.

가정폭력이 발생한 즉시 112로 신고하여 경찰의 도움을 받도록 하고, 가정폭력에 대한 상담은 여성긴급전화 1366(24시간운영)이나 가까운 가정폭력 상담소를 이용하면 된다.

더불어 경찰은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자와의 분리를 위한 긴급피난처(임시숙소)를 제공하고 스마트워치, CCTV 설치, 순찰 등 범죄피해자별 맞춤형 안전조치를 지원한다.

또한 도내 상담소 등 유관기관에 가정폭력 피해자 상담 및 치료비 등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고 있다.

다가오는 설 명절에는 가족 간 서로의 감정과 입장을 배려하여 모두가 행복한 설 명절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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