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마음 샘
깊은 산속 마음 샘
  • 배경은 독서강사
  • 승인 2024.02.0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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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배경은 독서강사
배경은 독서강사

 

우연한 기회에 (진짜 우연이다!) 방문한 카페에서 사주를 봐준다는 말에 현혹되어 한 달여 있으면 다가올 새해엔 어떤 예상한, 혹은 예상치 않은 일이 생길까 싶어 사주를 보고 말았다.

본래 생겨먹은 자신의 꼴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주를 처음 본 것은 아니었지만 나에 대한 생소한 말을 들으며 좀 낯설었다. 태어나 살아내느라 본래 생긴 대로 살지 못했구나 하는 스스로 안쓰러움을 느꼈다. 우린 태어나면서부터 가족 공동체 안에서 가장 단위의 사회생활과 타인과의 소통을 알아가며 자란다. 스스럼없이 생긴 상처는 본능적인 방어기제를 발동하게 해서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을 지켜나가고 그렇게 생긴 노하우로 자신을 완성해간다.

괜히 헛헛함에 책장을 뒤적이다 조수경이 쓰고 그린 <마음 샘>을 집었다. 그 옛날 <내 꼬리> 작품이후 십여 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책이라는 홍보 글이 기억난다. 목이 마른 늑대가 샘으로 가서 우연찮게 본 자신의 모습이 토끼여서 놀랐다는 거다.(마음을 비추는 샘이었다는) 언제나 늠름하고 용감하며 지혜로운 포식자인 줄 알았는데 샘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겁 많고 어수룩한 토끼였다니. 사춘기 청소년처럼 정체성의 혼란이 왔으니 우리의 용맹한 늑대는 토끼를 쫓아내려고 샘의 물을 전부 마셔버릴 생각까지 한다. 모두 `용감한 늑대라고 생각하고 있을 텐데' 하며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내면 속에 있는 자신의 토끼 모습을 없애버리려고 노력하다 그만 허약한 자신의 모습과 정이 들어버렸다. 쫓아내고 싶었던 나약한 또 다른 자신과 씨름하다 본래의 자아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거다. 심지어 나중엔 나약한 토끼 모습을 한 자신의 내면이 영리해보이기까지 했다니 자아의 통합을 이룬 쾌거가 아닌가.

하지만 현실에선 좀 다르다. 자신의 마음 샘에 비친 본래 자신의 꼴을 본다면 적잖이 당황하지 않을까, 내면의 자아와 통합은 고사하고 더 많은 페르소나와 방어기제로 자신의 본래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 쓸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인간도 항상 똑같은 모습으로 있지 않고 성향도 평생 똑같지 않다. 우리 인간은 상품처럼 하나의 특징만 갖고 있지 않고 살아있는 영혼으로서 항상 움직이고 변하는 존재다. 본래 자신의 꼴을 찾든 지금까지의 모습을 고수하든 우리는 고정된 이미지를 벗어나 상상보다 훨씬 대단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이 바라는 모습으로 살고 있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누군지에 대해 알고자하는 끊임없는 노력은 온전한 자신을 사랑하고 즐거워하는데 무척 의미 있는 일이다. 더 이상 되지 못하는 것을 선망하며 자신을 미워하거나 가혹하게 대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헤세의 말처럼 인생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요즘 대세를 따르고 유행하는 레시피를 익히고 남들이 듣는 요즘노래에 파묻혀 이정도면 `나 인싸지'하고 만족하기보다 내 마음샘의 모습은 어떤지 자주 들여다보며 자신을 챙기는 일에 선을 넘어 보는 것,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결국, 자신을 이해하고서야 타인도 이해가 가능하다는 평범하고도 흔한 진실을 늑대에게서 배운다. 유약한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 치열하게 엎치락뒤치락하며 진심으로 자신을 대했던 늑대에게 응원을 보낸다. 뭐, 발작동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도 나쁘지 않으리라.

`스타일'의 원래 의미는 `나를 세워주는 어떤 것'이라는 뜻이다. 나를 알고 나만의 스타일을 세우는 것이 내 삶을 지탱해주는 힘이 될 것이다. 나답게 만들어주는 나만의 스타일이 당신에게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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