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방관의 기도’
‘어느 소방관의 기도’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4.02.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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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취재팀)
하성진 부장(취재팀)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들을 돌보아주소서'

`어느 소방관의 기도'라는 제목의 시다.

1958년 미국 소방관 스모키린이 쓴 이 시는 목숨 걸고 투입된 화재 진압 과정에서 3명의 아이를 미처 구하지 못했고 그 죄책감에 쓴 것으로 전해진다.

경북 문경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두 청년 소방관, 고(故) 김수광(27) 소방장과 박수훈(35) 소방교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국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는 지난달 31일 오후 7시47분쯤 경북 문경시 신기동 신기산업단지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하늘의 별'이 됐다.

`건물 안에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민간인의 말을 듣고 화염을 가르고 뛰어들었다가 갑자기 번진 화마를 끝내 피하지 못했다. 김 소방장은 5년여의 재직기간 동안 500여차례 현장에 출동했다.

박 소방교는 특전사 부사관 출신으로 2년간 400여차례 화재·구급 현장에서 인명 구조에 헌신했다.

전국을 울음바다로 만든 이들 소방관의 사연으로 인해 열악한 근무환경과 순직소방관의 예우문제가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순직 소방관 예우를 강조해온 당국이 지난 20년간 유족들의 추모식 예산 지원에는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당국은 해마다 장비와 인력 확보 등에 많은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화마 속에 쓰러진 소방관과 그 유족을 살피려는 노력은 크게 부족하다는 비판이 적잖다.

최근 10년간(2014~2023년) 화재 진압·구조·구급 등 소방 활동을 하다 숨진 소방공무원은 40명이다.

이번에 숨진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를 포함하면 42명이다.

여기에 주목할 만한 통계가 하나 발표됐는데, 소방관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수면장애 등을 호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내용이다.

소방청과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진료사업단은 지난해 3~5월 소방공무원 5만2802명을 대상으로 `2023년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우울 증상, 수면장애, 문제성 음주 등 주요 심리 질환 4개 가운데 적어도 1개 이상에 대해 관리나 치료가 필요한 위험군이 2만3060명(43.9%)로 나타났다.

질환별(복수응답)로 보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6.5%, 우울 증상 6.3%, 수면장애 27.2%, 문제성 음주 26.4%다.

자살 고위험군도 2587명(4.9%)으로 조사됐다. `지난 1년간 1회 이상 자살 생각을 했다'고 밝힌 소방대원은 4465명(8.5%)으로 집계됐다.

소방관 직무 특성상 일반인은 접하기 힘든 참혹한 현장에 꾸준히 노출되는 만큼 심리 치료를 위한 지원 확대가 필요한 대목이다.

국민의힘이 소방관의 직무 위험성과 특수성을 고려해 위험 수당과 화재 진화 수당 등을 현실화하겠다고 밝혔다.

7년간 동결됐던 소방공무원의 위험근무 수당과 21년간 동결된 화재 진화수당을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또 장기 재직 소방공무원의 국립묘지 안장 자격도 군과 같은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이참에 소방 공무원의 처우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법이든 시행령이든 바꿀 게 있다면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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