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원리처럼 정치를 하자
수학의 원리처럼 정치를 하자
  • 신기철 전 보령시청 사무관
  • 승인 2024.02.01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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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기철 전 보령시청 사무관
신기철 전 보령시청 사무관

 

수학에서 어떤 주어진 조건에 따라 그 대상을 분명히 알 수 있는 것들의 모임을 `집합'이라고 한다. A와 B라는 두 집합이 있을 때, A에 속하거나 B에 속하는 모든 원소로 이루어진 집합을 A와 B의`합집합'이라 한다. `교집합'은 A에도 속하고 B에도 속하는 모든 원소로 이루어진 집합이다. 반면 두 집합에서 공통된 원소가 없을 때 A와 B는`서로소'다.

집합의 연산에도 세 가지 법칙이 있다. `교환법칙'은 연산 순서를 교환해도 결과는 같다는 원리다. 세 집합이 있을 때 괄호로 결합하는 방식에 상관없이 같은 결과를 낸다는 것이 `결합법칙'이다. `분배의 법칙'은 좀 복잡한데, 두 개 이상의 연산자가 있을 때 하나의 연산을 먼저 수행한 후 그 결과값을 다른 연산자로 다시 계산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곱셈과 덧셈이 합쳐져 있을 때 곱셈을 먼저 한 후 덧셈을 하는 것을 말한다.

장황하게 수학 용어를 설명한 것은 우리 정치도 이 원리와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다. 정치를 수학 원리에 비유하면, 정당은 집합이다. 국회라는 기관은 `합집합'이고, 안건 합의 처리는 `교집합'의 산물이다. 그런데 요즈음 정치를 보면 `부분집합'을 넘어 `서로소'다. 집합의 연산도 정치원리와 같다. 정치라는 결과물은 `분배의 법칙'처럼 소정의 절차를 정당하게 거쳐야 맞다. 안건의 처리 순서가 바뀌어도 같은 `교환법칙'이나 여러 의안이 발의되어도 단일 안으로 조합하여 서로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결합법칙'처럼 말이다.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로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라고 표준국어대사전이 정의한다. 차선이나 차악을 선택하는 필부필부 유권자들이 염증을 느끼는 정치에 그래도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정치에서 멀어질수록 손해 보는 것은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청년정치크루 이동수의 말처럼 우리 스스로가 주어진 권리를 포기할수록, 고정 지지층을 갖고 있는 양극단의 정치세력에게는 호재다. 부동층의 투표 포기는 선거의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환경이 없다. 피곤하고 지루하더라도 정치에 대한 관심과 감시의 끈을 놓아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감이다.

4월 총선에 이어 내후년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있다. 중앙정치건 지방정치건 집합의 원리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중앙과 지방정치가 합의 순서가 좀 바뀌어도 소정의 절차를 정당하게 거쳐 정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현실정치에서도 분배·교환·결합법칙을 준수하자. 그러면 우리 정치는 `서로소'를 넘어 `교집합'으로 갈 수 있다.

정치 신인의 등용문이 열리고 있다. 정당마다 수열 계산이 분주하고, 기성 정치인의 이합집산도 한창이다. 신인이든, 기성 정치인이든 수학의 원리에 따라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수학은 원리대로 풀지 않으면 정답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 정치도 그렇다. 그래야 국민이 정치인을 걱정하고, 유권자가 후보자를 염려하는`전도(顚倒)된 우(憂)'가 반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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