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국가장학금 `빛좋은 개살구'
다자녀 국가장학금 `빛좋은 개살구'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4.01.29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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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80% 대상 … 5인가구 평균 재산만 돼도 탈락
알바비 저축까지 과표 산정 … 실질 지원 기준 깐깐
말로만 `파격 혜택' 원성 … “누가 아이 많이 낳겠나”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맞벌이로 겨우 애 셋을 키우는데 평균소득이 많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대학생 국가장학금 지원대상에서 탈락한다면 누가 애를 많이 낳겠습니까.”

최근 대학생 자녀의 다자녀 국가장학금을 신청했던 임모씨(여·48·청주시 용암동)는 탈락이라는 결과 통보를 받고 아연실색했다. 남보다 잘 사는 것도 아니고 애 셋을 키우느라 맞벌이를 하면서 매월 빠듯하게 사는 살림살이에 큰 보탬이 되던 국가장학금 지원에서 탈락됐기 때문이다.

국가장학재단에 탈락이유를 확인해 본 임씨는 기가막혔다.

월 소득인정액(소득에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더한 금액)을 1만7000원 초과했기 때문이었다. 다자녀 국가장학금 최저 기준이 8구간 월 소득인정액이 1145만9000원인데 임씨 가정은 1146만6000원으로 산정됐다.

실제 소득은 월 소득인정액의 절반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라는 임씨가 더욱 놀란 이유는 올해 대학 2학년이 되는 둘째 아이가 제 용돈을 벌어쓰겠다며 지난해 입학과 동시에 아르바이트를 한 돈까지 재산으로 환산됐기 때문이다. 임씨의 자녀는 지난해 각종 아르바이트로 매월 30여만원의 소득을 올렸고, 그 중 10만원을 적금으로 부었다. 그런데 이번 국가장학금 산정에서 1년이된 적금과 일반 예금 평균치를 합쳐 150여만원의 재산이 과표에 잡혔다. 부모의 고생을 덜어주겠다던 20세 대학생이 매월 10만원의 적금만 안들었어도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던 셈이다.

임씨는 “다자녀 국가장학금을 받으려면 반드시 못살아야 하냐”며 “이제 겨우 대학생이 된 애가 아르바이트로 매월 10만원을 저축한 것이 과연 재산으로 분류할만한 대목인지 묻고 싶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처럼 소득 및 자산이 전국 평균 수준인 다자녀 가구는 `국가장학금'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 집이 있거나 맞벌이를 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정도로 소득 기준이 깐깐한 탓이다.

다자녀 국가장학금은 자녀를 셋 이상 낳은 가구에 올해 기준으로 셋째는 대학 등록금 전액을, 첫째·둘째는 가구의 소득 수준에 따라 연 450만~520만원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소득, 재산, 부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월 소득인정액 기준으로 하위 80%까지인 8구간 이하 가구가 지원 대상이다.

파격적인 혜택처럼 보이지만 평범한 중산층이 다자녀 장학금을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통계청의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5인 이상 가구가 보유한 평균 실물자산은 6억175만원, 금융자산은 1억4904만원이었고, 부채는 1억6243만원이었다. 평균 소득은 2022년 기준 월 920만원이었다.

여기에 2000만원 수준의 자동차 한 대를 보유하고 있고 자녀가 세 명이라고 가정해 계산한 결과, 월 소득인정액은 1733만5416원으로 나타났다. 상위 10%를 의미하는 10구간 경곗값인 1718만9739원보다 높고,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8구간 경곗값을 한참 초과하는 수치다.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 등수인 `중앙값'으로 분석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위 사례에서 중앙값인 실물자산(3억8923만원), 금융자산(7900만원), 부채(1억1652만원), 월소득(806만원)으로 바꿔 계산한 결과 소득인정액은 1241만8036원으로 나타났다. 상위 20%인 9구간이다.

/석재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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