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김현숙 괴산교육도서관 관장
  • 승인 2024.01.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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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김현숙 괴산교육도서관 관장
김현숙 괴산교육도서관 관장

 

엄마 껌딱지였던 딸아이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신체 성장도 그러하고 점점 `친구'만 찾더니 `짜증', `반항'과 더불어 `혼자 있기'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자기 방에서 혼자 핸드폰을 보며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고 나는 누가 누군지 구별도 되지 않는 아이돌을 보며 즐거워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런 아이가 학교 사서 선생님이 추천해 준 책을 3번이나 읽었다며 품에 꼭 안고 있는 것이 궁금해 소설책을 펼쳤다. 아이와 함께 나눌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였는데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는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도서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이꽃님 저)는 `은유'라는 똑같은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이 시공간을 초월해 편지를 주고받는 이야기로 단숨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2016년 아빠의 재혼을 앞두고 어수선한 마음으로 쓴 은유의 편지는 1982년에 사는 또 다른 은유에게 배달이 된다. 신조어들이 잔뜩 쓰인 은유의 편지를 받고 간첩이라고 의심하는 과거의 은유와 누군가의 장난으로 답장을 보내고 있다고 오해하는 현재의 은유는 삐걱이며 관계를 시작하지만 `행운의 동전'을 시작으로 점차 오해가 풀리고 고민과 비밀을 털어놓는 사이로 발전한다.

먼 시간을 건너 편지가 도착한 이유를 알아가는 `은유', 무뚝뚝하고 관심 없어 보이는 아빠에 관한 오해 등 뻔한 스토리지만 가슴 뭉클한 감동이 있었다. 뭔가를 잘 해내면 바람이 돼서 네 머리를 쓰다듬고 속상한 날엔 눈물이 되어 어루만져 주고 슬프거나 기쁘거나 늘 곁에 있어 줄 수 있는 존재가 있음에 마음 따뜻해지고 위로가 된다.

책을 읽고 딸아이와 `혹시 과거의 은유가 현재 은유의 엄마야?' `엄마는 마지막에 눈물이 나더라, 너는 어땠어?' 질문을 하며 오랜만에 수다를 떨었다.

단순하게 재미있고 감동을 주는 것을 넘어 평범한 우리 일상에 기적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작은 믿음, 먼 거리에 있지만 서로를 좀 더 이해해 보려는 힘을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의 주인공처럼 과거의 나와 현재의 딸이 편지를 주고받는다면 어떤 내용이 오갈까? 지금이라도 몇 년 전 그만둔 비밀편지를 쓰자고 제안해 볼까, 또 같이 읽을 책을 고르자 제안해 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품으며 책을 덮는다.

엄마가 처음이라 사춘기 터널을 지나는 아이를 어떻게 지켜봐 주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는데 아이와 오랜만에 같은 곳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행복했다.

매일 작은 기적이 모여 하루의 안녕을 이루고 오늘의 내가 있다. 평온한 일상이 가장 행복한 일이며 가장 어려운 일임을 알고 있다. 현재를 감사히 여기는 마음을 더하며 오랜만에 가슴 따뜻한 책을 읽었다. 겨울방학 집콕 하고 있는 아이의 마음에 노크해 보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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