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문 닫아야” … 현장 혼란
“사고 나면 문 닫아야” … 현장 혼란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4.01.28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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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규정도 모호 … 사업주 처벌 땐 폐업 위기 호소
경총 “유예방안 필요” vs 노동계 “안전장치 마련”
첨부용.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인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2024.01.26. /뉴시스
첨부용.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인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2024.01.26. /뉴시스

 

“아무리 손님이 몰려도 직원은 4명까지만 써야죠. 사고라도 나면 문 닫아야 해요.” “단순히 사고 안 나게 잘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는데, 그게 그렇게 한다고 되는 영역입니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27일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확대 적용 시행됐다. /관련기사 3면

이날부터 추가로 법 적용이 되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들도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 이행해야 한다.

직원을 5명 이상 채용한 동네 빵집, 식당, 카페 사장님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모든 의사결정이 사장 1명에 의해 이뤄지는 소규모 업장의 경우 단 한 번의 사고가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법이다.

새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을 받게 되는 사업장은 총 83만7000곳에 달한다. 종사자만 800만여명으로 전체 사업장의 24%에 이른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시기에 대한 이견이 컸던 만큼 현장에서는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전히 중소기업계에서는 준비 부족 상태에서 법이 전면 시행돼 영세사업장의 사업주가 처벌을 받으면, 업체는 폐업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생존권을 호소하고 있다.

관련법 시행 2년이 됐지만, 중소·영세사업장 사업주의 법 수용성도 문제다. 모호한 법 규정 탓에 대기업조차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영세사업장 사업주들의 혼란은 더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청주에서 소규모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58)는 “전국 여러곳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에 해당된다”며 “사업장이 흩어져 있고, 대부분이 임시 사업장인데 준비가 안된데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논평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경영자 처벌(1년 이상 징역)을 목적으로 제정됐으나, 대기업조차 법 준수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산업현장에 혼선을 야기하고 있는 법률”이라며 “국회는 하루속히 법 적용 유예 연장방안과 산재취약 기업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반면 노동계는 이번 중대재해처벌법의 전면 적용으로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됐다”고 환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50인 미만 기업의 조속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83만7000곳 전체에 대한 산업안전 대진단, 소규모 기업들이 다른 기업들과 공동으로 안전보건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는 `공동안전관리자 지원사업' 등을 추진하는 한편, 수사 대상 확대에 대비한 인프라 강화에도 노력할 계획이다.



/엄경철 선임기자

eomkccc@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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