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
마음 챙김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4.01.2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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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종교와 수행 및 학문의 궁극적 목적은 올바른 생각과 올바른 말과 올바른 행동을 통해 보다 의미있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올바른 말과 올바른 행동은 올바른 생각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결국엔 그릇된 말과 행동을 애써 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올바르고 지혜롭게 생각할 줄 아는 것이 관건이다. 마음의 1차 작용이 생각이라면 그 생각에 따른 마음의 2차 작용이 말과 행동이기 때문에 생각이 올바르고 지혜로우면 말과 행동은 절로 올바르고 지혜로우며 생각이 그릇되고 어리석으면 말과 행동도 그릇되고 어리석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불교는 올바른 생각을 방해하며 불행한 삶으로 추락하게 하는 주범으로 탐진치(貪瞋癡) 즉,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라는 삼독(三毒)을 꼽은 뒤, 그 해독제로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을 제시한다.

불교의 대표적 경전인 능엄경은 “섭심위계(攝心爲戒) 인계생정(因戒生定) 인정발혜(因定發慧)” 즉, “마음을 잡아당겨 다스리는 것이 계며 계를 지킴으로써 고요한 정이 생기고 정에서 빛나는 반야 지혜가 발현된다는 가르침을 강조한다.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한 정의 상태에서 지혜를 발현하기 위해선 먼저 마음을 잘 다스리는 계가 수행의 첫 단추가 돼야 함을 강조하는 가르침이다. 생명을 해치지 않고 도둑질을 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등의 정형화된 계율보다도 마음을 잡아당기고 챙기는 것 즉, 생각 감정이 일어남을 알아차리고 챙기는 것이 능엄경이 말하는 계의 핵심 골수임을 알 수 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선 정과 혜가 전제돼야 하며 정과 혜의 전제 조건은 그릇된 생각과 감정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며 마음을 챙기는 섭심의 계라는 능엄경의 가르침이다.

유교에서 강조하는 수행법도 능엄경이 강조한 섭심의 계와 다르지 않다. 중용은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기 전의 생각 감정을 알아차리고 챙기는 것과 관련해 “계신호기소부도(戒愼乎其所不睹) 공구호기소불문(恐懼乎其所不聞)” 즉,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바를 삼가 조심하고 두려워하라는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맹자님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멋대로 날뛰는 마음을 챙기는 구기방심(求其放心)의 戒(계)를 주장함으로써 능엄경의 섭심위계(攝心爲戒)와 유교의 가르침들이 서로 일맥상통함을 보여주고 있다.

계를 통해 마음의 물결이 잔잔해지면서 정이 충만해지고, 정이 충만해지면 절로 지혜가 발현되는 이치를 머리로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일상의 삶 속에서 탐진치 삼독의 노예가 된 채, 생각과 감정을 일으키는 습관적인 삶을 단호하게 끊어내는 지행합일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 그림의 떡만으로는 배가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언짢은 말을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지고 그 감정에 따라 상대에게 욕을 하고 싶은 생각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 생각 감정에 습관적으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깨어서 일어나는 생각 감정을 알아차리면서 마음을 챙겨 무심을 회복하는 것이 섭심위계(攝心爲戒)의 핵심 골수다.

이 글과 인연이 닿는 모든 독자 제현께서 팔이 안으로 굽는 일 없는 지공무사한 마음을 회복, 상대를 지적하고 욕을 해야 할 때는 욕을 하고 이해하고 따듯하게 포용해야 할 때는 포용하는 음양 화평의 조화로운 삶을 누리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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