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북한 vs 우리 일본
우리 북한 vs 우리 일본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4.01.23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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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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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우리'라는 인칭 대명사는 자기와 함께 자기와 관련되는 여러 사람을 다 같이 가리킬 때, 또는 자기나 자기편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사실상 `우리'라는 말 자체가 복수 개념이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단수와 복수 두 가지 개념이 다 통용되면서 외국인들이 무척 혼동스러워 한다.

남한이든 북한이든 한반도 땅에서 태어난 한민족이라면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자신의 부모를 `나의 집,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한결같이 `우리 집,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니'라고 말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와 민족도 `나의 나라, 나의 민족'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우리 나라, 우리 민족'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한민족은 과거 온돌방에서 살을 부대끼며 살아왔던 가족 단위의 `우리'부터 이웃 강대국의 침략에 맞서 일어난 민족적 항쟁 차원의 `우리'까지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뼛속까지 배 있다.

최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우리'라는 말을 놓고 여야 간 서로 생트집을 잡느라 여념이 없다.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언급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도발을 멈춰야 한다. 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 또 김일성 주석의 노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고 말한 것이 정쟁의 기폭제가 됐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측은 “북한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대북 인식관이 심히 우려된다. 우리 국민에게 위해를 가해 온 북한의 독재자들을 `우리 김일성', `우리 김정일'이라고 부르는 것에 가슴이 떨려 온다”고 맹폭을 가했다.

그러자 민주당 측도 과거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한·일 갈등이 고조되었을 당시를 소환해 “여당의 전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전 의원도`우리 일본'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었다”며 “나 전 대표의 `우리 일본' 발언이나 이 대표의 `우리 북한' 표현은 단순한 말 습관에 지나지 않고 이 대표를 향한 비판은 정쟁만 유발하는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우리 북한 vs 우리 일본. 필자는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한민족 정서상 `우리 북한'이란 말은 맞아도`우리 일본'은 전혀 맞지 않는 말이라고 냉정히 강조하고 싶다. 탈북주민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우리 남한 사람들은”이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쓴다. 이렇듯 북한 국민들도 남한 국민과 마찬가지로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몸에 배 있는 한민족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 일본'의 경우는 다르다. 일본은 한반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나라고 일본 국민은 한민족도, 단군의 자손도 아니다. 한민족 정서에 `우리 일본'은 지극히 일본을 좋아하는 사람의 입에서나 나올 수 있는 말이다.

과거 고구려·백제·신라로 분단되어 있던 한반도도 늘 상 서로를 주적으로 여기고 전쟁을 일삼다가 결국에는 통일됐다. 남한과 북한으로 분단된 작금의 한반도도 주적이니 뭐니 맨날 으르렁거려 봐야 결국에는 통일이 될 것으로 필자는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우리 북한, 우리 일본'이란 말을 교묘하게 말장난으로 바꿔 선량한 국민들을 선동하면서 알량한 권력을 평생 누리려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밉상일 뿐이다.

나라는 국민이 아니라 정치권력자들이 망친다. 이것이 역사의 진리다. 통일된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망한 것도 모두 정치인들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탐관오리 벼슬아치들 때문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들이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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