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예술단 독립·전문성 보장해야
공공예술단 독립·전문성 보장해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4.01.22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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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예술감독이 6개월째 공석인 청주시립무용단에 이범석 청주시장이 객원안무자를 특정인으로 낙점하면서 지역 무용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주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예술단이지만 자치단체장이 객원안무자를 특정인으로 지정하면서 독립적이어야 할 공립예술단이 사적으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 단체장으로서 지역 예술인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면 공모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도 없앨 수 있었다. 전문 예술영역의 독립성을 훼손하면서까지 객원안무자를 낙점해야 했느냐에 대한 불만이 지역 예술인들에게서 터져 나왔다.

더구나 예술단의 정기공연은 연중 가장 큰 무대이다. 몇 달간 연습하며 공연을 진두지휘하려면 안무자의 기량과 리더십은 물론 단원들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위에서 특정인을 낙점하는 순간 무대는 더 큰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

그런가 하면 4월 정기공연까지 2달 이상 남은 만큼 서둘러 무용단 예술감독을 선임해 정기공연 무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예술감독의 자리 공백이 장기화할 수록 안정적인 운영 기반도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역무용계의 반응을 두고 단순히 기우라고 치부하기엔 예술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아닌가 싶다.

공공예술단의 독립성 보장은 시립무용단만이 아니라 모든 공립예술단의 과제이기도 하다. 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단체장의 의중에 따라 예술감독이 선임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훌륭한 예술감독을 초빙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면 이는 장기적으로 공립예술단의 공연 수준을 떨어뜨리는 결과만 가져오게 된다. 똑같은 단원들로 구성돼 있지만 지휘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연주를 청주시민들은 수없이 봐왔다. 지역에 매몰돼 공공예술단을 운영한다면 애써 만든 무대라도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관객은 냉정하다.

그렇기에 전문 예술단 운영에는 객관적이고 개방적인 방식으로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관 주도가 아닌 공공예술단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예술인들이 보다 자유롭게 공연하고 창작할 수 있는 지원도 지자체에서 고민해야 한다. 지역 예술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예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뒷받침하는 것도 지자체가 할 일이다.

충북만 해도 도립교향악단과 청주의 4개 시립예술단, 충주시립우륵국악단, 영동군립난계국악단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예술감독을 공모할 때마다 지역인물론이 대두해 논란이 되곤 한다.

지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예술단이니 지역인물을 선임하자는 논리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민들은 좋은 무대를 보고 싶어하지, 아는 사람의 무대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연에 따라 관객이 객석을 가득 메우는 이유가 있다.

훌륭한 무대는 또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이 증명한다. 예술단이 좋은 공연으로 무대를 만들어갈 때 시민들도 문화향유의 가치와 예술단의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공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공립예술단은 전문 예술인들이 활동하는 일터이다. 일반 직장과는 결이 다르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선택한 예술분야에 집중하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 최선을 다하는 예술인들이기에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줘야 한다. 예술단원 한명 한명을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하고 존중할 때 최고의 무대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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