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공약도 경쟁하라
정치개혁 공약도 경쟁하라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4.01.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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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본격적인 정책 경쟁에 들어갔다. 양당이 동시에 제시한 저출생 공약이 주목됐다.

국민의힘은 아빠 출산휴가 유급 1개월을 의무화하고 육아휴직 급여 상한도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저출생 정책을 총괄할 부총리급 인구부 설치도 공약했다. 민주당도 질세라 출산 자녀 수에 따라 크기를 늘려 공공임대 주택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모든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 1억원을 대출해준 다음 자녀를 낳을 때마다 원리금을 줄여주다 셋째를 낳으면 전액을 감면해 주는 정책도 발표했다.

수조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재원조달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어떻게?'라는 의문 부호가 따라붙긴 하지만 여야가 신물나는 비방전에서 벗어나 긴급한 국정과제를 놓고 정책 대결을 벌이는 모습이 가상하기까지 하다. 앞으로도 두 당이 유권자들이 공감할 정책 발굴에 오로지하며 품위있고 생산적인 경쟁을 펼쳐주길 간절히 기대한다.

그런데 정책 공약과 달리 정치개혁을 표방한 공약 경쟁에서는 두 당의 임하는 자세가 딴판이다. 국민의힘이 시리즈 공약을 발표하며 열을 올리는 반면 민주당은 소극적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그제 변칙적인 정치자금 수수 창구로 악용되는 정치인 출판기념회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찬성하면 바로 입법될 것이고, 반대하면 이번 총선에서 우리가 승리해서 통과시키겠다”고 호언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 이상 확정시 세비 반납, 귀책 보궐선거 무공천, 국회의원 50명 감축에 이어 내놓은 그의 다섯 번째 정치개혁 공약이다.

출판기념회는 정치인들에게 노다지로 통한다. 선거철만 되면 러시를 이룬다. 책이라고 해봐야 대필작가를 사서 급조한 자서전들이 태반이다. 이 노골적인 책 팔이는 저술 활동으로 분류돼 정치자금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얼마를 받아 모으던 한도도 없고 회계 처리할 의무도 없어 합법적인 뇌물수수 창구라는 지적도 받는다. 권력관계에 엮여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는 `을'들에게서 수배에서 수십배에 달하는 책값을 봉투로 받아 챙기는 갑질이다. 서점에 진열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의 조악한 책자들이 수두룩해 도서문화에 먹칠을 하는 악습으로 비판받기도 한다. 최근엔 예비 정치인들까지 가세하며 정치 입문에 필수적인 통과의례가 돼가고 있다.

선거자금 조성 용도로 변질된 출판기념회 금지 공약이 나름 호응을 얻고 있지만 민주당 반응은 시큰둥 하다. 국민의힘이 앞서 공약한 4개 개혁 공약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재탕'이니 `선거철 떴다방 공약'이니, `정치 혐오 부추기기'니하며 평가절하하기 바빴다. 영 그른 말은 아니다. 5대 공약 대부분 그동안 국회서 논의됐었고, 법안으로 발의되기도 했고, 당론으로 정해 공약하기도 했던 사안들이다. 구체적 방법론이 결여된 여론 편승형 급조 공약이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를 공천했던 국민의힘이 당당하게 귀책 무공천을 공약한 것도 우스꽝스럽긴 하다. 하지만 논의에 그쳤고 발의에 그쳤고 약속 번복에 그쳐서 좌절됐던 사안들이다. 민주당도 불체포특권 포기와 귀책 보궐선거 무공천 등을 공약했다 뭉갰던 전력이 있다. `재탕 삼탕 공약'이 된 데 책임을 져야 할 정당의 재탕 운운은 공허하게 들린다.

민주당에겐 현재 진행형이자 미래 불확실성의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를 파고드는 뼈아픈 공세일 터이다. 그렇더라도 국회의원 특권 타파를 요구하는 여론을 무작정 외면할 수는 없잖은가?.

한동훈 위원장은 “지금 이재명 대표를 보호해야 하는 당이 절대 할 수 없는 것들”이라며 받을 거냐, 안 받을 거냐고 윽박지르고 있다.

앞으로도 거듭될 이런 조롱을 감내만 한다면 중도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한동훈표 공약을 받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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