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속살인죄 형량 강화해야
비속살인죄 형량 강화해야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4.01.21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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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취재팀)
하성진 부장(취재팀)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이 새해 들어 `자녀 살해 후 자살 대응 캠페인'을 시작했다.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극단적 형태의 아동학대라며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캠페인은 아동 사망 검토 제도의 신속한 도입, 자녀 살해 후 자살의 명시적 아동학대 규정 및 국가 공식 통계 구축, 위기 가정 사전 발굴 및 사회 안전망 강화 등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캠페인 전개 배경에는 단연 끊이지 않는 자녀 살해 사건이 존재한다.

얼마 전 전북 익산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자체만 봐도 충격적인데 더욱 아찔한 건 용의자가 다름 아닌 피해자들의 남편이자 아버지라는 사실이다. 부검의들은 10대 자녀들의 목에 짓눌린 흔적 등을 미뤄볼 때 A씨가 부인과 자녀들을 숨지게 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냈다.

부모나 보호자가 자녀를 숨지게 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아동권리보장원의 `아동학대 주요 통계'를 보면 지난 4년간 국내에서 아동 49명이 보호자나 부모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 42명 중 9명이 부모나 보호자에 의해 살해당했다. 2020년엔 43명 중 12명이, 2021년엔 40명 중 14명이 희생됐다. 지난해에도 아동 학대 사망자 50명 중 28%에 달하는 14명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에는 이런 일가족 사망사건을 `동반자살'로 불렸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잘못된 표현이다. 분명한 것은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 `비속 살해'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충북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몇 년 전 증평지역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이 세 살배기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장에서는 해당 여성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와 흉기, 수면제, 극약이 나왔다. 유서에는 “혼자 살기 너무 어렵다. 딸을 데려간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자녀만 살해한 뒤 자살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2015년 7월 청주 청원구 사천동에서는 30대 여성이 여섯 살배기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이 여성은 “자살을 시도하려다 (나를) 말리는 아이를 보자 혼자 남게 돼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을까 일을 저질렀다. 아이를 따라 죽으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북대학교 수사과학대학원이 발간한 `우리나라 동반자살 최근 10년간 동향(2016년·저자 이호산)'을 보면 미성년 자녀 살해 후 자살 행위가 가족 동반 자살이라는 용어로 혼용돼 부모를 동정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한다.

하지만 사실상 선택권이 없는 자녀가 부모 손에 이끌려 생을 마감하는 일은 자살이 아닌 범죄 행위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비속에 대한 범행을 가중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영아살해죄와 영아유기죄가 있긴 하지만 오히려 일반 살인죄보다 형량이 낮다. 비속 살해는 가중처벌 규정이 없다 보니 일반 살인사건으로 다뤄진다.

비속 살인죄의 형량을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법제화되지는 못했다. 존속 살해와 마찬가지로 가중처벌하는 개정안이 지금이라도 재논의되고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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