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훌
훌훌
  •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 승인 2024.01.15 1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내 삶을 돌아본다. 평범한 삶인 것 같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거의 마찬가지지 싶다. 가족이 있고, 성장기에 별 탈 없이 자랐고, 사회에 나가 삶을 꾸려가고 있는 평범한 한 사람. 진짜 너무 평범해서 내 인생이 글이 된다면, 자기소개서가 된다면 너무 밋밋해서 아마 독자나 면접관 입장에서 보면 슬쩍 넘겨버릴 그런 평범한 이야기일 것 같다.

도서 `훌훌'(문경민 글·문학동네)은 그런 평범함과는 거리가 좀 있는 이야기다. 이 책은 주인공인 나 고등학생 서유리가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할아버지와 둘이 살고, 미희라는 친구가 있고, 내 성격, 장단점은 대충 이런 것 같고, 주로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공부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나는 복잡한 가정 사정, 엄마 서정희가 나를 `가슴으로 낳은 딸'이라며 입양한 입양아라는 사실은 결국 말 못했다.

어릴 적 엄마는 나를 할아버지에게 맡기고 떠나갔고, 이후 남동생인 연우를 낳은 엄마를 보며 이럴 거면 왜 입양했냐며 원망한다. 그때부터 나는 4년 전액 장학금, 기숙사, 취업 전망이 있는 대학을 가서 징글징글한 과거를 싹둑 끊어 내고 오롯이 나 혼자 살고 싶다. 이름도 바꾸고, 취업도 성공하면 나를 낳은 부모를 찾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살아간다.

그런데 엄마가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의 장례를 치른 후 동생 연우가 함께 살기 시작한다. 할아버지는 몸이 안 좋은 것 같다. 미희와 주봉이는 별로 친하지 않던 세윤이라는 친구까지 함께 넷이서 동아리를 만들어보자고 하며 셋이었던 친구 관계가 넷이 된다. 그 와중에 엄마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사고사인 것 같다며 경찰이 찾아오고, 할아버지는 연우의 아버지를 찾아보겠다고 한다.

크게는 입양 이야기지만, 여러 이야기가 잘 녹아 있는 이야기다. 친구와 가족, 학교생활이 튀는 것 없이 잘 어우러져 있다.

사실 이 이야기를 읽기 전에 입양을 다루었다는 설명을 보며 걱정이 되긴 했다. 우리나라에서 입양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알기 때문이다. 입양에 대해 다룬 이야기는 본 기억이 참 드문 것 같다. 게다가 있더라도 개연성 따위는 날로 먹은 신데렐라 성공 스토리 같은 이야기만 있었던지라 이 책이 더 기쁜 것 같다.

작가의 말에 쓰인 `모든 고통은 사적이지만 세상이 알아야 하는 고통도 있다. 무엇으로 아프고 힘든지 함께 나누고 이야기해야 세상이 조금씩 더 나아지기 마련이다.'라는 말이 있다. 유리의 암울하고 힘든 면을 부각한 이야기였다면 오히려 반감을 샀을 것 같다. 하지만 책은 유리가 삶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자세에 공감하고, 동감할 수 있어 버겁지 않아서 오히려 여운이 깊게 남는 이야기이지 않나 싶다.

이 `훌훌'은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 문학상 대상 작품이다. 그리고 작가 소개를 보며 알게 된 사실인데 `딸기 우유 공약'의 작가더라. 그 외에도 `용서할 수 있을까', `화이트 타운'등의 책이 있다.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추가해 두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