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 학살 축제?
산천어 학살 축제?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4.01.15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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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한국 최악의 살상 축제. 지난 일요일 인터넷 포털에 난데없이 섬뜩한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기사 제목만 보면 한국에서 도저히 용납하지 못할 끔찍한, `피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는 뜻 같다. 그런데 알고보니 강원도 화천군에서 해마다 열리는 산천어축제를 지칭한 표현이었다.

한 언론이 작성한 해당 관련 기사의 제목은 더 끔찍하다. 중앙의 한 유력 경제일간지는 `한국의 잔인한 집단 학살'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언론들이 앞다퉈 이런 기사를 올린 근거는 동물보호단체와 채식동호회 회원 단체 등이 발표한 성명이다.

앞서 지난 7일 동물해방물결, 환경운동연합 등 39개 시민단체는 화천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축제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고통을 느끼는 어류를 윤리적으로 대우할 것을 요청했지만 화천군은 무응답과 적반하장, 무변화로 일관했다”며 “어류에 과도한 고통을 가하는 프로그램 중단과 축제를 전면 생태적 축제로 전환해달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축제 주최 측이 산천어를 한 곳에 가둬놓고 관광객이 잡도록 하는 형태의 축제가 `도살'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하며 축제 중단을 오래전부터 요구해왔다.

지난 2020년에는 최문순 화천군수와 축제추진위를 동물보호법 위반혐의로 고발했다가 검찰이 `동물 학대로 볼 수 없다'며 각하하기도 했다.

뉴스가 보도되자 누리꾼들이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을 벌였다.

몇몇 반응을 보면 다음과 같다.

“마트에서 썰어놓은 고기는 괜찮고 생명을 직접 잡는 것은 안된다는데 뭔 신박한 논리냐. 고기 잡는 사람은 다 학살자냐?”(누리꾼 ly××)

“그러면 낚시도 금지해야지. 소, 돼지 도살은 동물학대 아니냐. 닭, 오리고기도 먹지마라.”(sl××)

“살아있는 생물을 집단으로 죽이는 것을 축제라고 하는 것은 이상하다.”(솔×)

“산천어가 애완동물이냐?”(김*××)

일부에서 비이성적인 축제라는 견해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동물 학대나 살상 축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었다.

화천군의 산천어축제는 2003년부터 시작해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모으며 이제는 화천군에는 없어서는 안될 주 관광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2011년에는 미국 CNN방송이 `겨울철 7대 불가사의 축제'라고 소개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지난 9일 개고기의 식용 또는 도축을 금지하는 `개 식용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축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유통 판매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게 법안의 골자다.

당장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 작게는 개인의 식습관을, 넓게는 음식문화를 국가가 강제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부딪친다.

전세계인이 수천년 동안 금기시 해온 성소수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합법화하는 `극존중'의 시대에 나면서 자라면서 몸에 벤 개인의 음식 취향을 국가가 말살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던져진다.

개고기 식용은 오랜 역사를 이어온 자연스러운 유산이다. 오랜 기록으로는 기원전 679년 중국 황실에서 개를 잡았고 주역과 예기에도 천자가 제사를 지내고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한반도에선 고구려 벽화에 개 식용 장면이 묘사되고 조선시대에는 양반, 서민할 것 없이 주막에서 먹을 수 있던 유일한 `단백질원'이 개고기였다.

`애완'과 `식용'이 충돌하는 현실에 헌재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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