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알코올 농도 0.03% 음주운전 무죄 왜?
혈중알코올 농도 0.03% 음주운전 무죄 왜?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4.01.1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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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운전 뒤 차 안서 잠 들어 … 87분 후 적발
法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 … 운전땐 미달 가능성”

술을 마신지 87분이 지난 시점의 음주측정 결과가 음주운전 적발기준(혈중알코올 농도 0.03%)과 같다면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음주운전 시점과 음주측정 사이에 상당한 시간 간격이 있고 음주 측정시점이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였다면 음주운전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청주지법 형사2단독 안재훈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51)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2년 10월 0시 5분쯤 청주의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고 4.7㎞를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적발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로 면허 정지 기준치였다.

그러나 이날 A씨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고 87분이 지난 뒤 차안에서 잠을 자다 경찰에 적발됐다.

재판부는 A씨가 최종음주 시점과 운전종료 시점까지 시간 간격이 87분이라는 점을 중시했다.

A씨의 음주측정 시점이 음주 후 87분이 지나 취기가 올라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음주 후 30~90분 사이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고 그 이후 시간당 평균 약 0.015%씩 감소하기 때문에 A씨의 경우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보다 더 낮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A씨가 단속 당시 도로 중간에서 운전 중 잠들어 있었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서도 제출됐지만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최초 단속 경찰관이 A씨가 얼굴빛이 붉은 것 빼고는 차분했다고 진술한 점, 수사보고서는 경찰관의 주관적인 판단이 어느 정도 개입돼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보면 피고인이 기준치 이상의 혈중알코올농도에서 운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한편 지난 2013년 11월, 대법원은 음주운전 시점과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사이에 시간 간격이 있고 그때가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였다면 운전 당시의 농도가 처벌 기준치 이상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례를 내놓은 바 있다.

/하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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