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라는 인류 모두의 꿈-국제연맹 기록물(1919~1946)
평화라는 인류 모두의 꿈-국제연맹 기록물(1919~1946)
  • 서준수 유네스코국가기록유산센터 전문관
  • 승인 2024.01.10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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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서준수 유네스코국가기록유산센터 전문관
서준수 유네스코국가기록유산센터 전문관

 

1914년 6월 28일 세르비아 사라예보의 한 19세 청년은 자신이 쏜 총으로 인해 4000만명에 이르는 사상자를 만들어낼 세계 역사상 가장 끔찍한 전쟁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총을 맞고 사망한 사람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상속자였다. 오-헝 제국이 세르비아에게 선전포고하자 러시아가 오-헝 제국에, 독일이 러시아에,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에 선전포고했다.

뒤이어 오스만 제국, 일본, 이탈리아까지 전쟁에 개입하며 전쟁은 연쇄작용처럼 번져나갔다. 이것이 누가 누구와 전쟁을 하게 될지도 몰랐던 제1차 세계대전의 끔찍한 비극을 만든 비밀외교를 극복하고 공개외교라는 국제관계의 새로운 비전이 제시되었다.

힘이라는 강제 수단으로 영토를 합병하고 식민지로 삼기 위해 강대국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당대의 인식은 식민지 주민들에게도 그들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자결(self-determination) 원칙이 국제사회의 규범으로 제시되고 편입되기 시작했다. 이 자결원칙은 전 세계의 많은 식민통치의 억압 속에서 자유를 위한 독립 정신을 자극했고 이 세계적 흐름은 한국의 3·1 운동을 시작으로 시민 주도의 해방운동이 불길처럼 번져나갔다.

“세상을 어지럽히고 정부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갉아먹고 산업의 과정을 교란시킨 문제들에 대해 우리는 모든 종류의 관점, 사상,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무시할 수 없는 커다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위대한 조약의 최전선에는 국제연맹 규약이 있습니다.”

지구 전체가 겪는 문제를 다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접근은 현실이 되었다. 1차 세계대전의 반성은 전쟁을 막기 위한 새로운 질서에 대한 목소리로 이어져 국제연맹이라는 국제기구를 만들어냈다. 하나의 세계라는 인식 속에서 국가들이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협력을 이끌어내려는 인류 전체를 위한 최초의 시도였다. 국제연맹은 실제로 여러 나라들의 분쟁을 조정하여 평화적 해결을 이루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패전국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막대한 배상 요구와 영토 상실로 굴욕감을 주는 과거 행태의 반복은 대공황의 세계 경기침체와 함께 분노를 양분 삼은 독일의 재무장을 불러왔다. 비밀외교는 여전히 계속되었으며 일본, 이탈리아 등의 불법 침략과 강제 영토합병에 대해 국제연맹은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못했다. 국제연맹의 창설 원칙을 제시한 미국은 정작 의회에서의 부결로 가입조차 하지 못했다. 세계 평화를 위해 만들어진 기구는 수천 년 동안 이어진 갈등의 전통을 이겨내지 못했고 1차보다 더 끔찍한 대량학살을 만들어낸 제2차 세계대전 앞에 무기력해졌다.

국제연맹의 실패 속에서 인류는 좌절을 선택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 없는 평화의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국제연합(United Nations· UN)의 창설로 이어졌다. 오늘날 평화, 공존, 협력, 상호존중의 현시대 대원칙을 바탕으로 전쟁 없는 세상이라는 불가능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국제연맹 기록물(League of Nations Archiv

e)'은 국경, 인종, 종교 등의 장벽을 넘어 인류 최초로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될 평화의 세계를 만들기 위한 숭고한 노력을 증명하고 있다.

좌절했던 국제연맹은 UN의 창설로 부활했으며 사람들의 가슴 속에 평화를 심어야 가능하다는 유네스코의 정신으로 발전했다.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지구촌을 살아가는 모두의 역할임을 이 세계기록유산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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