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밥값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4.01.0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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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새해 인사로 `값진 인생'을 살라는 말을 들었다. 갑진년이니 `값' 하고 살라는 말인데 언어의 무게가 버겁다.

올해는 총선이 있는 만큼 모든 국민에게는 값진 해 일수도, 빚을 갚아야 하는 해일 수도 있다.

권력과 완장으로 대접받는 세상. 서푼 짜리 완장도 천금처럼 써먹어도 정의라고 외쳐도 당당한 세상. 오는 4월10일 치러지는 총선 출마 후보자들의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한 전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지름이 1.6㎝, 무게는 6㎢. 나라 국(國)자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가격은 3만5000원. 피자 한 판 값이다. 어른 손톱만한 크기의 배지에 나와 가족, 이웃, 국민 모두의 삶이 달렸다. 배지의 무게는 가벼워도 국회의원 어깨는 결코 가벼워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국회의원을 지낸 모 의원은 4월 총선에 출마하면서 “지난 의정활동 과정에서 소통과 공감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항상 표만 줬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시민을 대변하는 밥값하는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예 선거 구호를 `밥값하겠습니다'로 외치는 후보자들도 있다. 하지만 총선에 출마하는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배지를 달고 있을 때도 못하던 밥값을 선거를 석 달 앞두고 하겠다고 하니 또 한번 눈감아 줘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쥐구멍에도 볕뜰날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공든탑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오늘을 견딘다. 인내는 써도 열매는 달 것이라고 여기며 우리는 밥값, 이름값, 나잇값, 얼굴값, 사람값 하며 산다. 정치인이 배지 값을 하려면 국민이 기쁠 때 같이 기뻐하고 슬플 때 함께 울어주며 밥값을 해야 한다. 문제는 배지가 부여한 권한은 누리고 싶고 책임은 6㎢이길 바라는 것은 아닐까.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소상공인실태조사 결과(잠정)'를 보면 사업체 수는 412만5000개로 전년대비 7000개(0.2%)가 증가했지만 종사자 수는 714만3000명으로 6만1000명(0.9%)이 줄었다. 산업체별로 보면 도·소매업 종사자 수가 6만명, 제조업 1만6000명이 각각 줄었다. 창업 동기를 전년도와 비교해보면 임금근로자로 취업이 어려워서라는 답변은 4.3%에서 5.4%로 1.1%p 증가한 반면 수입이 더 많을 것 같아서라는 비율은 30.0%에서 28.9%로 1.1%p 하락했다. 자신만의 사업을 경영하고 싶어서라는 비율은 64.5%에서 64.1%로 -0.4%p 감소했다. 사업체 부채 보유 비율은 59.3%로 전년대비 0.04%p 증가했다. 경영 애로는 경쟁심화(46.6%), 원재료비(39.6%), 상권쇠퇴(37.7%)를 꼽았다.

서민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늘 팍팍했다. 하루 숨쉬기도 벅찬 나날 속에서도 내일이라는 희망을 품고 산다.

정치는 국민의 삶을 변화시킨다. 국민의 삶이 힘겨우면 정치인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탓하면 될 것을 여야 할 것 없이 `네 탓' 공방에 몰두한다.

3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22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는 891명이다. 이들 모두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를 외친다. 민생 정치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고도 선언한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예비 후보자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누군가는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또 누군가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서 불안한 삶을 지탱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24년의 사자성어로 응답자의 25.8%가 `운외창천'(어두운 구름 밖으로 나오면 맑고 푸르른 하늘이 나타난다)을 선택했다.

태평성대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4월 총선이 국민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사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현실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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