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癸卯年)을 돌아본다
계묘년(癸卯年)을 돌아본다
  • 엄경철 선임기자
  • 승인 2023.12.2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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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검은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이 저물고 있다.

토끼는 주어진 상황과 환경에서 꾀를 내며 살아남기에 자기 분수를 알며, 자기 깜냥껏 산다고 한다.

새해 벽두에 모두가 토끼처럼 먹고사는 문제를 슬기로운 꾀로 해결하기를 기원했다. 어려운 한 해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불확실성의 장기화로 인한 악영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중국 간 갈등 등 국제 환경이 1년 내내 불안정했다.

국가주력산업인 반도체가 혹한기의 한복판에 있었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반짝했던 제약바이오산업이 엔데믹에 위축됐다.

그나마 반도체, 제약바이오산업의 부실한 실적을 2차전지가 대체하면서 경제가 큰 흔들림없이 유지할 수 있었다.

고금리, 고유가, 고환율, 고물가도 기업과 서민들을 괴롭혔다. 충북은 물가상승률이 최대 6%대까지 치솟았다.

고금리는 기업경영과 서민가계에 큰 부담이었다. 고유가 역시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가계지출 증가 원인 중 하나였다.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은 아직도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을 옥죄고 있다.

일부 충북 기업은 악조건의 경영환경을 버티지 못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먹고사는 문제가 그만큼 엄중한 현실로 다가오면서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해를 넘기는 시점에 왔다.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어처구니없는 참사도 있었다.

지난 7월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가 잠기면서 14명이 희생됐다.

1994년 단양 충주호 유람선 참사(29명 사망), 2017년 제천 화재 참사(29명 사망)에 이어 충북에서 최근 30년 내에 발생한 참사 중 세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위중했던 경제 상황과 안전사고 외에도 크고 작은 일들이 발생하면서 힘겨운 한해를 보내야 했다.

지역주민들을 더욱 힘들게 했던 것은 안전사고 발생 당시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오송 참사로 지역주민들이 희생됐는데 사고 발생 초기 해당 지자체장 누구도 내 탓, 내 책임이라고 하지 않았다.

지자체장들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지역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다.

법적인 판단에 앞서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니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경제문제도 그렇다.

코로나19를 벗어나는 시점에 경제 불확실성과 3고(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지방정부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묻고 싶다.

수출과 내수 부진의 위중한 상황 극복은 기업의 몫이었다.

충북 물가상승률이 전국 평균치보다 높아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그 역시 해법찾기는 지역주민의 몫이었다.

지자체의 형식적인 대응이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는 얘기다.

위중한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충북도는 지역 출신 경제관료 출신을 영입했다.

경제수석보좌관으로 임용해 경제부지사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그런 인사가 임용된지 4개월 만에 정치한다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지역경제는 내년에도 긍정적인 시그널이 없다. 아직도 경제가 위중하다는 얘기다.

그런 상황을 외면한채 지역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금배지를 달겠다고 한다. 4개월짜리 경제수석보좌관이 지역발전을 위해 정치하겠다는 하는 말을 지역유권자들이 믿어줄지 모를일이다. 그로인해 김영환 충북지사는 인사실패 사례를 하나 더 추가했다.

갑진년(甲辰年)을 맞이하기에 앞서 계묘년의 잘못된 것들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반성과 변화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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