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선하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선하다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3.12.2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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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요즘 산책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아…귀여워!'. 귀엽단 말을 들을 나이가 지나도 한참 지났으니 귀여움 대상은 내가 아니다. 주인공은 겁많은 우리집 강아지. 이 귀여운 생물은 함께 여행 중인 이곳을 무척이나 무서워한다. 처음에는 산책하다 멈춰 걷지 않겠다고 하면 잠깐잠깐 안아주었는데, 안는 시간이 길어지고 나서는 아예 강아지 가방에 들어가 앉아 산책하게 되었다. 가방에서 얼굴만 쏙 내밀고 다니니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so cute, 카와이(可愛い) 등 저마다의 말로 귀엽다를 연발한다. 그런데 내가 봐도 귀엽다.

귀엽다는 말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예쁘고 곱거나 또는 애교가 있어서 사랑스럽다'고 뜻풀이가 되어 있다. 이 말의 어원에 대해 알려진 바로는`사랑하다'는 뜻의 옛말인 `괴다'에서 파생된 `굅읍다(사랑스럽다)'가 귀엽다는 변형되었다고 하기도 하고 `귀없다' 즉 `귀', `모가 난 물건의 모서리'처럼 모난 곳이 없다는 뜻이 귀엽다고 변했다고도 하며 `귀할 귀(貴')와 `-엽다'의 합성어로 `귀하다'과 같은 어원을 가졌다는 설도 있다. `노엽다'가 `노(怒)'와 `-엽다'의 합성어인 것처럼 말이다. 또 `어여쁘다'의 원래 의미가 `불쌍하다'인 것처럼`귀엽다' 또한 `가엾다'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실제로 일본어의 귀엽다는 말, 카와이에도 비슷한 어원이 있다. 카와이가 `可愛', `사랑할 만하다'이니 직관적으로 보면 한자어에서 왔구나 싶다. 중국어의 귀엽다도 可愛를 쓴다니 말이다. 그러나 일본어 카와이는 카오와유시(かほはゆし/顔映し)`에서 왔다고 알려져 있다. 可愛는 한자의 의미만 가져다 붙인 가차 표기인 셈이다. 카오와우시는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얼굴 꼴이 안쓰럽다`는 원뜻을 가지고 있는데, 차츰 그 의미가 '약하고 가련하다`로 변하게 되었고, '사랑스럽다`의 뜻을 가지게 되면서 현재의 `귀엽다'는 뜻을 갖게 된 것이다.

정말 약하고 가련하고 불쌍한 것들을 보면 우리는 귀엽다고 느낄까? 귀여움의 기준은 무엇일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귀여움 이론'의 창시자 오스트리아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는 귀여움의 특성을 `아기 도식'(Baby Schema) 개념으로 설명한다. 아기는 작은 몸, 큰 머리, 둥근 얼굴, 큰 눈, 작은 코, 통통한 팔다리를 가진다. 아기를 보면 성인은 본능적으로 보호하고 싶은 마음을 느끼며 이런 본능은 영장류, 포유류, 조류 등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2018년에 있었던 이화여대 김성호 교수팀의 연구에서는 얼굴에서 제공되는 나이 정보가 신체 정보에 비해 귀엽다고 지각하는 데에 더 결정적이라는 결과를 제시했다. 결국 아기처럼 생긴 얼굴을 보면 우리는 나이 정보를 지각하게 되고 이에 따라 아기구나를 판단하고 귀엽다고 느끼는 것이다.

사실 개나 고양이 등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들은 다 커도 새끼 때 특징을 여전히 갖는다. 개는 강아지때 처럼 여전히 꼬리를 흔들고 강아지 때 표정을 그대로 짓는다. 고양이는 말해 무엇하랴?

조직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저서 `기브 앤 테이크'에서 조직 구성원을 `주는 사람(giver)'과 `받는 사람(taker)'으로 나눴는데 성과가 낮은 사람들 다수가 `주는 사람'이었다. 주는 사람은 자신을 함부로 대해도 또 자신을 이용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직 안에서 최상위 성과를 내는 사람들 역시 압도적으로 `주는 사람'이 많았다. 이들과는 모두 함께 일하고 싶어 했다. 긴 호흡으로 보면 남을 이용해 취하려는 삶보다 스스로 베풀고 나누는 삶이 더 의미 있다.

우리가 본능으로 어린이, 어린 생명을 보호하려는 것 역시 우리 본성이 원래 선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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