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신청? 글쎄
산재 신청? 글쎄
  • 박승권 청주 한국병원 작업환경의학과장
  • 승인 2023.12.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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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본 칼럼은 그동안 그동안 두차례에 걸쳐 과로성 질병의 산재 신청에 있어 중요한 요건인 인과성, 과로성 질병의 요인인 7가지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칼럼에서는 마지막으로 업무상 질병이더라도 산업재해 신청을 하지 말것을 권해드리고 싶은 경우에 대해 알아보겠다.

이른바 산업현장에서의 질병을 산재로 인정하는 기준은 사고, 부상과는 다르다.

과로로 인한 질병의 인과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업무 수행성, 다시 말해 일을 하던 도중에 발병했는지 여부는 크게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는다. 퇴근 후 혹은 휴일에 발병했으니 과로 질병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단지 `일하다가' 발병했다 하여 산업현장의 모든 질병이 산재에 해당하리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위에 언급된 업무 시간이나 업무 부담 가중 요인 등을 고려하여 산재 인정 가능성을 미리 예상해보고 신청하여야 하는데 이를 오인한 나머지 업무 수행 도중 발병한 사실에만 매몰되어 산재 신청에 필요한 시간적, 경제적 노력을 허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요컨대 산재 인정에 가장 중요한 건 업무와 질병 간 상당한 수준의 인과성이 존재 여부다.

업무 도중 발병 여부는 인과성 인정 과정에서 크게 중요치 않다.

그러므로 과도한 업무 시간과 업무 부담 가중 요인이 존재했다는 것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과로 질병으로 쓰러진 근로자의 발견, 응급 조치, 이송이 지연되었다면 이는 구체적인 사정을 따져봤을 때 사업주의 근로자 보호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불법행위나 이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영역으로 논해볼 수 있을 뿐 산재 인정에는 대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를 입증하기 위한 노력은 산재 인정 측면에서는 의미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사고와는 다르게 과로성 질병은 업무와의 인과성을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에 일반인 입장에서는 보통 일은 아닌 듯 느껴진다.

실제로도 현대 기술ㆍ의학 수준상 이를 명백히 입증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도 “질병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면 증명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또한 이외 상당히 많은 판결에서도 대법원의 판례를 인용하면서 직접적인 증거만 따질 것이 아니라 간접적 사실도 넓은 범위에서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정황이나 개연성이 확인된다면 일과 질병의 인과성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고인이 가족과 회사를 위해 헌신했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싶다”

과로성 질병으로 쓰러진 분들의 유가족들께서 종종 하시는 말이다.

이는 곧 산재로 인정받는다는 것이 단순히 경제적 의미만 갖지 않는다.

그러므로 만약 가족에게 일을 하다 특히 평소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호소하시던 분께 상기 질환이 발병한다면 한 번씩 생각해 보길 권한다. “혹시 일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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