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꿈을 찾아서
잃어버린 꿈을 찾아서
  • 강석범 청주 복대중 교감
  • 승인 2023.12.2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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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청주 복대중 교감
강석범 청주 복대중 교감

 

11월 초, 정확히 개인전 일주일을 앞두고 영화 시나리오처럼,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북유럽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 핀란드를 방문했다.

워낙 교육선진국으로 유명한 까닭에 우리나라 교육 관련 기관들의 방문국 일번지 이기도 하다. 물론 나도 교육연수 방문이기도 했지만, 일정 중 개인 시간이 주어지면 `잃어버린 꿈을 찾아서'란 이번 개인전 명제처럼 나를 찾기 위한 시간에 잠깐씩 몰입하기도 했다.

북유럽…. 참 춥다. 또 오후 4시 넘으면 어김없이 캄캄하다. `무슨 이런 날씨가 있지?' 할 정도로 내겐 낯설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도무지 햇살이 보이질 않는다. 책으로 읽고, 소문을 들어서 알긴 했지만, 막상 온종일 태양 없는 날씨는 기분까지 우울해진다. `얼른 따뜻한 숙소에 들어가 씻고 편히 쉬어야겠다~' 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스웨덴 노벨 박물관 광장, 중세시대부터 있어온 오래된 `워터펌프'에서 걸터앉아 `내 꿈은 진짜 뭐였지?'라고 내게 묻다가 순간 울컥 감정이 올라왔다.

`허~ 그것참~' 배낭에서 휴대용 스케치북을 꺼내 지나가는 사람들을 쓱쓱 그려본다. `저들의 꿈은 무얼까?'

돌이켜보면 나의 학창 시절 꿈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뭐가 꼭 되겠다는 생각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언젠가 버스 기사님이 운전하는 걸 보며 부러웠던 기억이 있고, 아버지께서 철도공무원이셨고 기차여행을 자주 다녔던 이유로, 철컹거리며 떠나는 기차여행이 무작정 좋았던 기억들. 공부도 안 하고 특별한 재주가 없던 나는 연필로 로보트 태권V, 마징가Z 캐릭터를 잘 따라 그렸다. 그나마 그게 내 존재감을 알릴 유일한 도구이지 않았을까.

어찌어찌 그게 인연이 되었는지 사범대 미대를 진학하고도 왜 사범대 갔는지도 몰랐다. 그냥 일상이 그런가 보다 했는데, 막상 발령 나 아이들을 가르치며 `세상에~ 살다 살다 이런 천직이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학교생활이 좋았다.

꿈은 교사가 아니었는데, 정말 제대로 나의 즐거움을 찾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노벨 광장을 빙~ 둘러보았다. 살짝 내리는 이슬비가 광장 블록을 촉촉이 적신다.

비로 인해 채도가 한껏 낮아진 주변 건물은 습기 먹은 단단한 색을 스스로 흡수한다.

우리네 인생도 찬란한 색을 스스로 거둬들이는 시기가 있다. 개인적으로 나의 행복했던 교직도 얼마간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젠 진짜 꿈을 꿔야겠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이번 개인전 명제가 `잃어버린 꿈을 찾아서'이다. 갖고 있다 잃은 건 아니지만, 나는 퇴임 후 나의 꿈을 정확하게 하나하나 그리고 있다. 노벨 광장에서 내 의지대로 그림을 그리듯, 늦었지만 내 의지대로 내 시간을 소중히 그려간다.

몇 년 후 온전한 시간이 내게 주어지면, 나는 일 년 중 절반 정도는 유럽에서 그림 그리며 지낼 계획이다. 프랑스에서 작업하는 작가들과 미술 관계자들에게 벌써 내 계획을 소문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봐줄까 싶어서다. 잘 보여야겠다.

그래서 요즘은 파리에서 작품이 필요하다면 무조건 보내준다. 뭐 또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 이런 내 생각 자체가 흥미롭다. 내 꿈을 꿈이라고 직접 말해본 적이 처음인 것 같다. 지금껏 내 생각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하기가 왜 그리 힘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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