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쓰는가
왜 쓰는가
  • 김일복 시인
  • 승인 2023.12.19 19: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로로
김일복 시인
김일복 시인

 

`저는 그만한 능력이 없습니다.' `나는 글 쓰는 능력이 부족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어디에서도 겸손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모 교수의 열띤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움찔했던 기억이다. 같이 참석했던 시인이 내게 물었다. “신문사에 기고를 왜 하느냐고?” 아마도 그는 원고 마감일에 쫓긴 경험이나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차이를 묻고 있는 것 같다.

한마디로 유명작가가 쓴 작품을 읽어보면 단번에 차이를 느낀다. 뭐가 다를까? 마치 준비된 비법의 양념으로 맛깔나게 김치를 버무리는 것일까? 언어의 형식과 내용에 있어 간결하면서 의미나 전달하는 메시지가 뚜렷하다. 더욱이 작품을 읽고 난 후 긴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정말이지 대체 불가능한 언어도 아닌데, 글쓰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도통 모를 일이다.

어려운 질문을 받고 참 당황스러웠다. 유명한 작가처럼 문장의 내밀성이나 유기적인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다못해 조금이라도 글맛 나게 쓸 수 있을까? 그렇다 나는 유머 감각이나 언어 구사 능력이 남보다 떨어진다. 나 역시 왜 쓰는지 자문할 때가 있다.

기고를 시작한 지 2년이 넘어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수많은 몸부림을 쳤다. 오래된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날짜가 다가오면 원고를 쓰기 시작하고 퇴고에 퇴고를 거듭했다. 문장을 논리에 맞게 쓰려고 했다. 하지만 항상 문맥이 어수선했다. 실망스럽고 지칠 때는 키보드를 내팽개쳤다.

머뭇거리는 시간이 지나가면 다시 책상에 앉는다. 내가 쓰려던 의도와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 기법을 찾아가며 글을 써 본다. 그렇게 고치고 배우면서 다시 읽어보면 유치한 부분을 또 발견한다. 마치 내 벌거벗은 모습을 다 보인 것 같다. 정말이지 수치스러워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왜 쓰는 걸까? 사실 나는 데이터베이스나 축적된 언어의 기술도 없다, 단지 내 생각을 의미 있게 표현하는 언어를 공부하는 게 내 소망이었다. 그렇게 원했던 일이었기에 최선을 다해 배우고 싶었다. 전문가가 아닌 취미도 아닌 그저 내 삶의 일부분으로 같이 살아가고 싶었다.

아직 독자의 느낌을 쓰는데 어휘나 문장이 어설프지만, 나름 글을 써가며 읽어가기를 반복한다. 막연한 내용이나 조사가 반복으로 쓰이지 않았는지 문장의 오류를 찾는다. 그리고 내가 아는 만큼 수정한다. 그러다가 생각했던 내 의도가 다른 의미로 부여되거나 문맥이 매끄럽게 읽히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렇게 조금씩 맥락을 알게 되면서 나를 비워낸다. 어깨에 힘을 빼라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글쓰기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배우게 된다. 특히 글쓰기 준비과정에서 주제에 맞는 자료를 찾거나 메커니즘을 구성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

강의 내용은 글쓰기의 목적과 논리적인 글쓰기 훈련법이었다.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진실하게 표현함으로써, 쉽게 읽히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게 아니라 상대를 높여주는 것이다. 또한 글쓰기는 자기성찰이라고 말한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기고를 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2년 전 처음 썼던 글보다 최근 기고한 글을 비교해 보면 놀랍게도 문장력이 좋아졌다고 한다. 특히 애매한 표현이나 딱딱한 글에 비해 가독성이 좋아졌다며 칭찬해 준다. 아직도 부족한 나를 지켜봐 주고 응원하는 한 사람이 있다. 아마도 메모하는 습관이 지금의 나를 움직였던 것 같다.

글을 쓰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 쓰지 않으려고 해도 써야만 한다면 그것이 이유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