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치는 바보를 만들까
왜 정치는 바보를 만들까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한솔초 교장
  • 승인 2023.12.14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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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한솔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한솔초 교장

 

2500년전 아테네의 철학자 플라톤(Plato)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정치의 중요성은 고대나 현대나 똑같은 것 같다. 그리고 고대나 현대나 정치인들의 스펙은 일반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중은 그렇게 똑똑하고 뛰어난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않고 무능하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정치의 오랜 딜레마가 있다. `왜 똑똑한 사람들이 정치에만 오면 바보가 될까.'이다.



# 수학문제와 정치성향

2013년 예일대 카한(D. Khan)교수와 연구팀은 왜 좋은 자료, 과학적인 자료들이 정치적 논쟁에서는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못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이들은 두 개의 가설을 세웠다. 첫째, 더 똑똑하고 더 나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더 많고 좋은 정보를 제공하면 더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사람들은 정답이나 진실을 찾는 거 말고 다른 목적을 위해 이성을 활용한다. 즉, 공동체에서 그들의 지위를 높이거나 집단에서 추방당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 될 수 있다.

카한교수와 연구팀은 어떤 것이 옳은지 알아보기 위해 1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먼저 피험자들의 정치성향(공화당, 민주당)을 조사 후 수학실력을 평가했다. 그리고 나서 이념적으로 아주 중립적인 가치를 지닌 수학문제를 풀게 하였다. 예상대로 정치성향에 관계없이 수학실력이 높은 사람들이 문제를 잘 풀었다. 진보주의자나 보수주의자나 점수가 비슷했다. (에즈라 클라인`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에서 발췌)

그리고 카한과 그의 연구팀은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총기규제-도시범죄 간의 함수'가 포함된 수학문제를 제시했다. 그런데 피실험자들이 얼마나 수학을 잘하는지가 이 수학문제를 얼마나 잘 푸는지를 예측하지 못했다. 답을 유도한 것은 수학실력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이념)이었다.

민주당 지지자인 진보주의자들은 총기규제 법안이 범죄를 줄인다는 것이 증명되는 문제는 잘 풀었다. 그러나 총기규제가 실패했다는 버전의 문제가 제시되면 수학을 잘하던 피험자도 문제를 틀리는 경향을 보였다. 공화당 지지자인 보수주의자들 역시 방향성을 반대일지라도 같은 패턴을 보였다.



# 이념의 딜레마

카한 교수의 실험 결과 수학실력이 열성 당원들이 정답을 맞히는데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수학실력이 좋은 피험자일수록 이데올로기에 더 영향을 받았다. 자기 이데올로기와 맞지 않는 문제에는 똑똑한 이들이 더 오답을 내는 경향을 보였다. 정치의 오랜 딜레마인 `왜 똑똑한 사람들이 정치에만 오면 바보가 될까.'에 대한 답을 이 실험에서 찾을 수 있다.

수학 성적이 높을수록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반하는 문제에서는 정확하게 풀 가능성이 줄어든다. 바로`이념(이데올로기)'`고정관념' 때문이다. 올바른 답보다 늘 자신이 옳다는 걸 뒷받침하는 답을 찾아가는 경향성 때문이다. 올바른 답을 얻기 위해 추론하기보다 자기 옳음을 보여주는 답을 찾기 위해 추론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집단과 불화하거나 집단이나 조직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개인은 무의식적으로 집단의 가치를 위협하는 사실이나 정보에 저항한다. 자기가 속한 집단이나 조직에서 격한 논쟁 벌여본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위협적인 알 것이다. 집단의 이념이나 방향과 맞지 대립 되는 것을 주장했을 때 주위로부터 쏟아지는 차가운 시선을 본 사람은 그것의 따가움을 잊지 못할 것이다.

프랑스의 정치가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은 “정치는 너무나 중차대한 것이라 정치인에게 맡길 수 없는 것”이라 했는데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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