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칠 총리와 교통경찰
처칠 총리와 교통경찰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23.12.1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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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인영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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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중에 총리가 되어 두 번 역임한 영국 윈스턴 레어너드 스펜서 처칠 경이 국회에 나가 국정연설을 하게 되었다. 바쁜 일이 있어 국회 개원시간에 늦겠다고 생각한 처칠은 운전기사에게 빨리 달리라고 명령했다.

교통신호를 위반하고 달리던 처칠의 차가 교통경찰에게 적발되자 운전기사가 “이분은 총리각하요. 지금 국회에 가는 길인데 시간이 늦어서”라고 말하자 교통순경이 차 뒷자리에 앉아있는 총리를 보더니 “총리 각하를 닮기는 닮았는데 우리 총리님은 절대 교통신호를 위반하실 분이 아니오”라며 면허증을 요구했다.

이를 지켜본 처칠은 자기 직분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교통경찰의 철저한 근무자세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국회연설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처칠은 경시총감을 불러 그 교통경찰을 한 계급 특진시키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경시총감은 “각하의 특별배려는 대단히 감사하오나 경찰인사법에는 그런 규정이 없습니다.”라고 거절했다.

처칠은 경시총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우리 영국의 질서와 치안이 잘 유지되는 것이 당신들 덕분이군요.”라는 말을 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그 교통경찰도 처칠 총리에게 “각하, 저는 저의 직분을 다했을 뿐입니다.”라면서 이 모두가 당연함을 말했다.

처칠은 세계대전 중에 연합군을 승리로 이끈 전쟁영웅이자 1900년부터 1964년까지 국회의원 (MP) 이었으며 상업장관, 내무장관, 해군장관, 공군장관, 국방장관 등 다양한 공직을 거친 경력을 가진 이념적으로 경제적 자유주의자이며 제국주의자였는데 왕성한 작가활동을 하여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는 처칠의 교통신호 위반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법치와 준법정신이 어느 정도인지 생각해보면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법치는 가능하지 않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장관후보자들을 보아도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세금미납, 의료보험미납, 병역문제 등 위법, 불법, 탈법, 반칙의 불명예를 줄줄이 달고 살아왔다. 그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는 바라지도 않지만 준법정신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것쯤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가 바라는 바 같을 것이다.

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준법정신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사회가 정한 공동약속으로서의 법질서를 어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도덕의 큰 틀에서 최소한의 규정인 준법정신의 결여는 원활한 사회발전에 크게 걸림돌이 되고 있음이 사실이어서 국민 개개인이 강한 의지를 갖고 준법정신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 잘 지켜야 할 것이다.

법의 목적이나 이념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인 요구나 목적의 실현을 위한 광범위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법규가 개인의 양심에 의하여 준법의무를 다할 때 인간의 존엄과 자유 평등을 지킬 수 있다. 올바른 정의와 공정은 올바른 사회생활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행복한 사회생활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법을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라고 하면 큰일이다. 그것은 곧 사회가 법의 지배가 아닌 힘의 지배만이 존재하여 사회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처칠 영국총리의 교통신호위반과 그 이야기를 돌이켜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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