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은하수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3.12.1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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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아주 오랜만에 은하수를 보았다. 청주에서 처음 살아본 사람들은 청주의 밤이 어두워서 깜짝 놀랐다고들 한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밤에 비하면 청주의 밤은 어둡다. 그런 청주도 별을 보기에는 밤이 밝다. 청주 시내가 아닌 강내면에서도 은하수 보기는 쉽지 않다.

은하수는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별 무리의 띠를 이르는 것으로 문화권에 따라 부르는 말이 조금씩 다르다. 우리말로는 미리내라고 하는데(제주에서 특히 그렇단다) 용을 뜻하는 미르와 시내를 뜻하는 내를 합쳐 용의 시내, 용의 강이라고 한다. 아마도 별 무리가 용트림하는 모양처럼 넘실대서 그런 이름이 붙지 않았나 싶다.

영미권에서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밀키웨이(Milky way)로 불린다.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것인데 여기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얽혀 있다.

남편 제우스의 혼외 자식인 헤라클레스의 탄생을 알아 버린 여신 헤라는 여러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헤라클레스를 죽이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헤라클레스를 귀여워했던 전령의 신 헤르메스는 헤라클레스를 가장 위대한 인간으로 키우기 위해 여신 헤라의 젖을 물려 주기 원했다. 그는 헤라가 잠든 틈을 타 어린 헤라클레스를 안고 몰래 들어가 젖을 물렸다. 자면서도 아이가 젖을 문 것을 느낀 헤라는 놀라 잠에서 깨어났고, 급히 헤라클레스를 떼어 내려 했지만 헤라클레스의 힘이 어찌나 센 지 떼어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결국 헤라는 자신의 젖꼭지가 떨어져 나가는 아픔을 감수하며 헤라클레스를 떼어 냈고, 헤라의 가슴에서 젖이 솟구쳐 하늘로 뿜어지면서 하늘에 은하수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은하를 뜻하는 영어의 갤럭시(Galaxy)도 젖이란 뜻의 그리스어 갈라(Gala)에서 유래되었으니 은하수를 밀키웨이라 부르나 갤럭시라 부르나 모두 같은 의미라고도 할 수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아프리카까지 이르는 지역에서는 또 다른 신화에서 유래한 말로 은하수를 부른다. 고대 아르메니아의 신화에 따르면 바하그 신은 추운 겨울 동안 아시리아 왕 바르샴에게서 짚을 훔쳐 아르메니아로 가져가는데 그가 하늘을 가로질러 도망갈 때, 그가 도망친 길을 따라 지푸라기를 흘리면서 은하수가 되었다. 그래서 은하수를 `짚 도둑의 길'이라고 한다.

핀란드나 에스토니아에서 은하수는`새들의 길'이라고도 하는데, 철새들이 자신들의 고향인 남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은하수를 길잡이로 삼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후 과학자들은 철새들이 별자리를 길잡이 삼아 이동한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하니 사람들의 믿음에도 근거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외에도 스웨덴에서는 은하수의 별들을 통해 언제 겨울이 올지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겨울 길(Vintergatan)'로 불리고, 아이슬란드 역시 은하수를 보고 겨울을 짐작했기에 비슷한 의미로 은하수를 부른다.

예전에 아이들과 떨어져 지낼 때가 있었다. 비행기도 10시간은 가야 서로 만날 수 있었기에 참 그리웠었다. 그때마다 하늘을 보았다. 저 달을, 저 별을 우리 아이들도 보고 있겠구나 하면서…. 같은 은하수를 보며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쌓아가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하늘은 그래서 좋다. 모두의 머리 위에 공평하게 둘러 있으니 말이다. 낮이나 밤이나 하늘은 그렇다.

이제 하늘을 좀 보고 살아야겠다. 어릴 때 할머니께 듣던 그 이야기, 은하수에 까막까치가 오작교를 놓아야만 1년에 딱 한 번 만날 수 있다는 견우와 직녀의 가련하지만 애달픈 사랑도 떠올리고 말이다. 낮도 좋고 밤도 좋다. 하늘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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