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의 교감을 이끌어 낸 인간가족 사진전
전 세계인의 교감을 이끌어 낸 인간가족 사진전
  • 유서형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전문관
  • 승인 2023.12.1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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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유서형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전문관
유서형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전문관

 

유난히 하루가 고된 날 우연히 펼쳐본 가족 앨범은 예기치 못한 향수를 불러온다. 케케묵은 사진을 보며 지난날을 추억하고, 그리움에 눈시울을 붉히며 가족들만이 공유하는 이야기로 그 순간만큼은 한마음이 되어 감정을 나누고 이는 활기차게 삶을 살아가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오늘은 서로의 문화가 다르고 연관 없는 사람이지만 인류는 하나의 가족일 수 있음을 전시를 통해 나타낸 인간가족 사진전을 소개하고자 한다.

인간가족 사진전 1955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근무하던 에드워드 스타이켄이 기획한 전시회이다. 먼저 스타이켄은 68개국의 273명의 사진작가의 작품 503점을 선별하였고 결혼, 탄생, 놀이, 가족, 죽음, 전쟁과 평화와 같은 32개의 주제로 구성된 사진들을 전시하였다. 여러 전시 방법 중 그는 언급된 주제들을 연대순으로 배열해 전시를 진행하였는데 이를 통해 그는 관객이 인간의 발전과 삶의 주기에 대한 `포토 에세이'처럼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인간가족 사진전에 전시되었던 사진들은 전 세계 사람과 문화를 묶고 공유할 수 있는 공통점들에 집중하였고 제2차 세계대전을 거쳐 차가움만이 남은 세계를 향해 인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서로 처해있는 상황이 달라도 하나가 되어 마음을 나눌 수 있음을 일깨웠다.

해당 전시는 미국에서 열 번의 전시를 시작으로 여섯 대륙에 있는 서른일곱 국가를 순회하였다. 1955년부터 1962년까지 총 7년 동안 전 세계를 순회하였는데, 약 천만 관객이 방문하여 이는 다른 그 어떤 사진 전시보다 많은 관람객을 기록했다고 전해진다. 유럽,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순회하였고 이 중 한국에서도 전시회가 열렸다, 한국에서는 사진가 임응식이 스타이켄의 전시를 경복궁 안의 국립현대미술관에 준비했다. 1957년 3월 초 인천항에 503점의 작품이 도착하여 전시장까지 운반하는 데 동원된 차량이 크레인, 트럭 등 대형 자동차만 70대였다. 전시는 1957년 4월 3일부터 28일까지 25일간 개최되었다. 이는 한국에서 두 번째로 열린 포토 에세이 방식의 전시로, 30만 명이라는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관람객을 동원하며 사진의 예술성에 대한 확신을 불러일으켰다.

단일 사진을 전시하는 형식이 아닌, 사진을 이용해 이야기를 엮는 전시 형식은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전시의 메시지를 강렬히 전달할 수 있는 전시 방법이다. 인간가족 사진전은 스타이켄의 말처럼 사진은 인간이 가진 보편적이고, 번역이 필요 없는 유일한 언어임을 넘어서 사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잠재력에 대한 폭넓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혁신적인 전시로 평가받는다. 이는 10년 뒤인 독일의 슈테른지에서 기획한 `세계 사진전'이나 유네스코가 1977년 진행한 `The Family of Children(어린이 가족)' 사진전에도 영향을 끼쳤다.

스타이켄은 인간가족 사진전을 두고 “관객들은 사진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았고, 사진 안에 있던 사람들은 관객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서로 알아봤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전시를 통해 교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류가 공통으로 공유하는 주제에 대해 하나의 한마음이 풀어나갔기에 가능했음을 나타낸다. 20세기 중반, 인간다움에 대해 고찰하며 1950년대 인류의 다양한 모습과 삶을 담아 전 세계적인 공감을 얻어낸 세계기록유산 `인간가족 사진전'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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