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물푸레나무였을까?
왜 물푸레나무였을까?
  • 안승현 청주문화재단 공예진흥팀장
  • 승인 2023.12.1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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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안승현 청주문화재단 공예진흥팀장
안승현 청주문화재단 공예진흥팀장

 

보통 의자는 혼자 앉죠?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팔걸이 한쪽이 없습니다. 앉는 자리도 옆으로 약간 돌출되어 있고요.

우리는 그냥 의자라고 부르지만, 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의자를 `스툴 Stool'이라고 하죠, 스툴에 등받이가 더해지면 `등받이 의자 Backrest chair' , 여기에 팔걸이를 더하면 `팔걸이 의자 Arm chair'라고 부릅니다. 여러분들이 보시고 있는 의자에는 한쪽 팔걸이가 없죠, 작가가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앉는 부분에 낮은 깊이감을 주어 갈아낸 흔적이 있죠? 혼자 앉는 것이 아니라 둘이 앉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연인이 앉을 만한 의자죠. 등받이는 하나인데 앉는 자리는 두 명분입니다. 여럿이 함께 앉을 수 있는 긴 의자를 `벤치 Bench'라 부릅니다. 의자를 푹신하게 만들면 뭐가 될까요? `소파 Sofa'라고 하죠. 벤치도 소파도 아닌 이 의자는 대체 어떤 용도의 의자일까요?

제법 크죠, 높이만 1m50cm입니다. 무게가 무척 많이 나갈 듯한데? 그런데 막상 들어보면 그렇게 무겁진 않습니다. 한사람이 걸터앉더라도 둘이 앉으려면 여간 단단하지 않으면 안 될 텐데? 그렇다면 이 의자 재료는 무엇일까요? 네 나무입니다. 혹시 나무 이름은?

나무 이름은? 나뭇가지나 껍질을 물에 담가 놓으면 물이 푸르게 변한다고 물푸레나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작가는 왜 그 많은 나무 중에 물푸레나무를 선택하였을까요?

물푸레나무(ash)는 하드우드로 상당히 단단한 나무입니다. 강도도 뛰어납니다. 그렇다 보니 보통 야구 방망이를 만드는 데 사용합니다. 예전에 창 자루나 괭이, 도낏자루로 이용되었습니다. 무기와 농기구에 쓰인 거죠. 충격에 강하고 중량을 잘 견딥니다. 그렇다 보니 자동차의 골격을 만드는 데 사용합니다. 혹시 나무로 만드는 자동차 이야기 들어보셨을까요? 전통적인 차량 제조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영국의 `모건 모터 컴퍼니'입니다. 더할 나위 없이 단단하고 강한 나무죠? 그런데 이 나무, 켜 놓으면 부드럽고 선명한 무늬결이 압도적입니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은 그리 부드러울 수가 없죠? 그래서 식탁, 의자, 침대 등 가구재로 많이 씁니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 더 유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떠한 압력에도 잘 버티죠. 단단하고 강한 데 유연성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무ㅤㄴㅢㅅ결은 한 없이 부드럽고 선명합니다. 자신의 색채를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꽃을 피울때는 새하얀 꽃다발입니다. 이팝나무와 비슷해 보이지만 이팝나무가 새하얀 쌀밥이라면, 물푸레나무는 새하얀 쌀밥에 깨를 뿌려놓은 듯합니다. 그리고 잎은 질서정연하게 납니다. 다 자라면 30m까지 자라는 교목입니다.

지금은 편히 쉴 수 있고, 일을 하는데 누구나 의자를 쓰죠. 예전엔 권위의 상징이었습니다. 의장을 체어맨(Chairman)이라 하죠. 그런데 이 의자, 굳이 물푸레나무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요? 구하기 쉬워서? 고급수종이라 귀히 여겨서? 이 나무 나사를 여러 번 같은 자리에 박을 수 있을 만큼 좋은 강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느티나무에 비해 약할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강한 나무죠. 밀도가 높은 것이죠. 탄성이 좋아 쉽게 망가지지 않습니다. 강속구의 하드볼을 무수히 쳐 내고도 한치의 밀림이 없습니다. 그런 나무의 바탕은 그리 연할 수 없습니다. 여기한 진한 무늬결을 가지고 있죠. 그러나 보기와는 달리 단단하고 무게감이 있는 나무입니다. 안정감을 주죠. 어떠한 변화의 소용돌이에도 굳건히 지키는 유연함마저 가지고 있습니다.

바닥재로 품위를 갖고 건축자재로 다부지고, 악기재로 유려함을, 선박재로 견고함을 갖고 있습니다. 뭐하나 나무랄 데 없는 나무입니다.

의자는 우리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듯합니다. 생각을 하던, 음식을 먹던, 일을 하든 간에 말입니다. 가장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하는 의자, 단순 기능성만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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